그런데도 글감으로 삼은 건 출간 시점의 미묘함 때문이다. ‘촛불’에서 정당성을 찾곤 하는 현 정권이 출범한 지 2년이 안 됐는데도 책이 서점가에 배포됐다. 제법 팔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저자와 통화했다.
Q : 이런 유의 책으론 예상보다 이르다.
A : “반신반의하면서 썼다. 미국 교포들이 (사태 전말에 대해) 정리해 달라고 해서 10페이지, 15페이지 정리했던 걸 조금 더 정리해보고 싶어서 쭉 썼던 내용이다. 초안을 잡을 때 이걸 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낼 수 있을지도 잘 몰랐다.”
Q : 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맞물렸다고 보나.
A : “국민이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안 되고 하니,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잘했다는 국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자극적인 기억 때문에 객관적으로 못 보다가 자유로워지면서 좀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지난해만 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현 정권엔 반면교사의 대상조차 아니었다. 페허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당시보다 나을 듯 여겨졌다. 환란(換亂)의 YS(김영삼)란 선례도 있다. 거의 한 세대 지나, 서거한 후에야 재평가됐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 발언은 오만할지언정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었다. 아니, 그래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진보 진영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가 더 민주적인지 모르겠다”(박상훈)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예비타당성 면제 조치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양반’처럼 보이게 됐다. 적지 않은 이가 손혜원 의원에게서 최순실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또 대선 댓글 논란에도 휩싸였다.
1년 8개월 전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론 과거의 경험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로 또 경험하는 듯 느껴진다. 그러는 동안 현 정권은 자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던 보수 정권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현 정권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책소개
- 저자: 채명성
- 출판: 기파랑 2019.1.28.
- 페이지수: 348 사이즈 150*211mm
- 판매가: 서적 16,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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