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여성 정치 지도자를 일컬을 때 ‘철(鐵)의 여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스라엘 건국의 주역인 골다 메이어(1898∼1978) 총리, 영국병 치유자인 마거릿 대처(1925∼2013) 총리, 유럽의 여제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표적이다. 요즘 미국에선 78세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철의 여인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철의 여인’ 반열에 오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를 받지 못한 채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35일 만에 끝내자 펠로시 의장을 “트럼프의 시도를 봉쇄한 철의 여인(The Iron Woman)”이라고 칭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예산 요구에 “단 한 푼도 못 준다”며 단호히 버티며 관철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펠로시 의장을 “고집불통 트럼프 대통령을 꺾은 승리자”로 부르고 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늘 상대에게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붙이며 기선을 제압해왔지만, 펠로시 의장 앞에선 꼼짝 못 했다. 오히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음마 배우는 어린애처럼 칭얼거리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신을 보내 새해 국정 연설을 1월 29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셧다운 해제 후 초대하겠다”고 했다. 이후 셧다운이 해제되자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5일 하원 의사당 새해 국정연설을 허용했다.
‘철의 여인’은 대처 총리의 별명이기도 하다. 영국의 고질적 노조 파업의 고리를 끊고 시장경제를 살려내면서부터 그렇게 불렸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제목도 ‘디 아이언 레이디(The Iron Lady)’다. 메릴 스트리프는 중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대처를 연기해 2012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15년 7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때 강철 리더십을 보여줘 도이체벨레 등으로부터 “메르켈이 철의 여인임을 증명해줬다”는 평을 받았다. 대처에 이어 영국의 2번째 여성 총리인 테레사 메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혼란을 자초해 철의 여인은 되지 못할 듯하다. 힐러리 클린턴도 미 국무장관 시절엔 철의 여인으로 불렸지만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해 철의 여인 반열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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