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생활건축] 학계를 놀래킨 울릉도의 호텔
한은화 중앙일보 2019.02.12. 00:26하얀 건물은 완공 당시부터 전 세계 콘크리트 학계를 놀라게 했다. 월페이퍼의 표현을 빌자면 건물은 거대한 조개 내부처럼 휘어졌다. 위에서 보면 소용돌이 같기도, 무수히 겹친 꽃잎 같기도 하다.
통상 UHPC는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 조립한다. 그런데 이 호텔은 ‘세계 최초 UHPC 현장 타설’의 기록을 보유했다. 미리 현장에 만들어 둔 거푸집에 UHPC를 부어 통째로 하루 만에 타설했다. 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철근을 연결해 가며 층층이 쌓아 올리기 마련이다. 아파트 공사 현장을 생각하면 된다.
철근이 없는 UHPC는 층층이 쌓아 올릴 수 없었다. 굳으면서 고압을 발생시키는 UHPC를 고려해 거푸집도 특별히 제작했다. UHPC를 한 번에 부어 이 오묘한 모양의 호텔을 통째로 완성하기까지 건축가는 “드라마를 썼다”고 말했고, 콘크리트 학계는 “콘크리트의 대발견”이라고 놀랬다. 독일에서 강연 요청도 들어왔다고 한다.
천처럼 얇고 가볍지만 튼튼한 콘크리트의 발견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철과 유리는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했고, 기둥과 벽을 분리했던 근대 건축은 ‘가로로 긴 창’을 내게 했다. 건축은 혁명이다. 천처럼 얇은 콘크리트가 어떤 혁명적 공간을 만들어 나갈지 궁금해진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이곳, 울릉도 힐링 스테이
[중앙일보] 2018.05.01 02:18'코스모스 리조트' 설계한 김찬중씨
동그랗게 말은 독특한 건물 선보여
"자연에 순응하는 건물이 진짜 쉼터"

김찬중 건축가가 설계한 울릉도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지붕이자 벽인 아름다운 곡선의 두께는 불과 12cm로 마치 흰 꽃잎인듯, 얇은 천자락 하나가 살포시 내려앉은 듯 아름다운 곡선미를 보여준다.
풀빌라(1일 1팀 숙박) 형식의 A동과 펜션 형태의 B동으로 이루어진 건물인데 그 생김이 아주 독특하다. 하늘에서 보면 A동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는 모양이다. 7개의 독립 객실을 가진 B동도 지붕이 울룩불룩 한 것이 생동감이 넘친다. 역시나 A동의 정식명칭은 코스모스(우주), B동은 떼레(지구)다.

코스모스 리조트의 B동은 테레(지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총 7개의 독립 객실로 구성돼 있으며 울룩불룩 솟은 지붕은 생동감이 넘쳐 보인다.
이곳의 목표는 전 세계 누구라도 죽기 전 한 번은 꼭 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리조트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물’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울릉도에 도착해 추산과 코끼리 바위를 보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인가 싶을 만큼 신비로운 경관에 압도당했죠. 이 풍광과 맞서는 크고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 절대 안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두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코스모스 리조트. 풀빌라 형태의 A동은 6개의 날개가 소용돌이치며 밖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우주(코스모스)를 닮았다.
“좋은 기운을 잘 말아서 한곳에 모아놓은 그릇 같은 건물이라면 자연 속에 잘 스며들고, 또 이쪽저쪽으로 오가는 바람과 기운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죠.”
‘자연에는 수직이 없다’는 말이 있다. 자연과 어울리는 ‘그릇’을 고민하는 그가 곡선의 건물을 떠올린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시야(view·뷰)를 제한하자’는 것도 김 교수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풍경 좋은 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영화관 스크린처럼 네모반듯하고 큰 창을 내죠. 그래야 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런 뷰의 방에 묵는 한두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욕심이죠. 그렇게 목격한 장대한 풍경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내 것으로 다 담기도 어려워요.”
코스모스동 통창이 6미터의 높이를 가졌지만 6개의 날개를 말아놓은 듯한 형태 때문에 각각의 제한된 뷰를 가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눈에 풍경을 보고 싶으면 건물 밖으로 나오면 되죠. 내 방에선 다른 객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풍경을 담는 게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다른 방에서는 어떤 뷰가 보일까 호기심도 생기고.”

풀빌라 형태의 숙박 시설인 코스모스동은 6개의 날개가 동그랗게 말린 형태로 설계돼 긴 통창으로 볼 수 있는 뷰가 각기 제한돼 있다. 파노라마 형태의 큰 창은 아니지만 대신 다른 객실에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풍경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우주와 지구가 연결돼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아이들 생각처럼 유치하지만 이곳에는 왠지 이런 스토리들이 있어야 할 것 같았죠. 하늘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찾은 곳, 코스모스답게 말이죠.”

건축사무소 시스템랩의 김찬중 대표.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유기적인 형태의 건축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차세대 건축가다.
“일반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벽 두께가 30cm는 돼야 하는데 그럼 건물이 너무 육중해지죠. UHPC는 그보다 훨씬 얇게 벽을 완성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코스모스동 지붕 부분의 커브는 두께가 12cm밖에 안 돼요. 멀리 바다에서 보면 마치 흰 천 자락 한 장이 추산 앞에 살포시 내려앉은 느낌이죠.”

250만년 전 화산폭발로 우뚝 솟은 추산(송곳 바위) 앞 벼랑에 들어선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아름답다. 앞으로는 울릉도 해상관광명소인 코끼리 바위와 동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요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거죠. 건축의 출발점은 늘 그 집에 살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니까요.”
울릉도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달려가는 여행객들의 바람은 아마도 진정한 힐링일 것이다. 김찬중 교수가 코스모스를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둔 것도 딱 하나. 일상을 모두 내려놓고 자연과 에너지를 교류하며 ‘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김용관(건축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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