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16 어수웅)
[魚友야담]
아마존 제2 본사 논란… 세계는 과연 평평한가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이번 주 제 관심을 끈 외신(外信)은 아마존 소식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이 회사의 주인 제프 베이조스의 추문(醜聞)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뉴욕과 워싱턴DC 외곽에 제2의 본사를 지으려다,
집값 폭등을 우려한 동네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철회를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였죠.
홍대나 연남동, 또 익선동이나 을지로에서 벌어진 최근의 소동을 떠올려보세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 집값이나 임대료가 올라, 다수의 원주민이 그 동네에서 밀려나는 상황 말입니다.
얼핏 보면 약자의 처지를 고려하고 지지하는 게 정치적·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읽은 '직업의 지리학'(김영사 刊)은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라는 것.
미국 UC버클리 대학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 엔리코 모레티 교수는
한 도시에서 첨단기술 일자리 한 개가 새로 생길 때마다 그 도시에서 궁극적으로 추가 일자리 5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통계로 보여줍니다. 높은 임금을 받는 첨단 프로그래머 한 명이 교사·간호사·가게점원·웨이터·미용사·변호사·
목수·심리치료사 등의 추가 일자리를 이끌어낸다는 것. 모두가 첨단 일자리는 아니지만, 아마존이 만들겠다는
새 고용 규모는 각각 2만5000개입니다. 여기에 자연수를 곱해보세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오늘날 명성을 만든 책 중에 '세계는 평평하다'(2005)가 있습니다.
이메일·인터넷 덕분에 통신 장벽이 낮아져서 이제는 더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드나 인도 뭄바이에서 만드나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었죠. 당시에는 선풍적 지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유효기간 지난 옛날 지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실리콘밸리는 훨씬 더 비싼 임금으로도 인도의 프로그래머를 빨아들이고 있죠.
물론 주변에는 그 다섯 배 넘는 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났고요.
혁신 기업이 임금 비싼 실리콘밸리로 집결하려는 데도 이유가 있고,
과학자나 기술자가 아니어도 그곳이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모레티가 보여주는 통계는 혁신 기업을 유치한 도시만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실증합니다.
물론 일부 피해자도 있지만, 대다수 서비스업 종사자 역시 그 과실을 즐기고 있고요.
바뀐 지식과 현실을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칫 정의롭다고 믿는 꼰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블로그 내 관련 글 : |
엔리코 모레티 | 송철복 옮김 | 김영사 | 2014 오직 생산성 향상만이 그 국가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폴 크루그먼은 말했다.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시간당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기술 혁신뿐이다. 그런데 혁신 기업일수록, 오히려 고급 인적 자원과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서 뭉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혁신은 결코 고립된 상태에서 나올 수 없다. 똑똑한 사람들끼리 가까이 있을수록 상호작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학습 기회가 만들어지고, 이는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기에 물리적 장소는 더욱 중요해진다. 모레티는 더 나아가, 혁신 기업에서 일자리 한 개가 생길 때마다 지역 일자리가 다섯 개 추가로 만들어진다는 승수효과를 강조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혁신 기업들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 급여 수준이 더 높다. 따라서 미숙련 근로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들이 일하는 첨단 기술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반대로 말하자면 사회적 격차는 교육 수준뿐만 아니라 지리에 기인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개인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명약관화하다. [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당신의 연봉을 결정하는 건, 바로 '거주지' (조선일보 2019.01.26) |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에드워드 글레이저 | 이진원 옮김 | 해냄출판사 | 2011 도시가 어떻게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왔는지, 미래를 이끄는 견인차로서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관리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과 관련해서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러스트 벨트가 어떻게 몰락하고 소비도시들이 부상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 최고의 자동차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가 몰락하게 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공장이 사라지고 실업으로 인해 인생 계획이 흔들리게 되니 유리천장을 깨는 교양 있는 여성 대통령보다는 과거의 안정적인 제조업 일자리를 회복시켜줄 망나니가 더 나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은 그 아웃소싱을 집행한 사람이기도 했죠. 앞으로 민주당은 이들을 어떤 식으로 다시 지지기반으로 포섭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습니다. [魚友야담] 서울은 왜 不敗인가 (조선일보 2018.10.06) |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팀 알퍼의 한국 일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 그대 이름은 '자영업자' (0) | 2019.02.19 |
---|---|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 ⑪ 70년대 일본인 기생관광 붐…정부는 "애국 행위" 장려도 (0) | 2019.02.18 |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⑩ "이렇게 영업하는데 왜 불법?" 외신기자 놀라게 한 집창촌 (0) | 2019.02.17 |
[최은경의 옐로하우스 悲歌] ⑨ 성매매 여성 종착지는 섬···"모두 한통속, 죽어야 나온다" (0) | 2019.02.16 |
[알쓸신세] EU 가입 후 ‘성매매 여성 공급지’ 된 루마니아…무슨 일이 (0) | 2019.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