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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수병과 간호사' 키스 사진속 남자 주인공 별세 /[만파식적]수병과 간호사

바람아님 2019. 2. 20. 08:21

[서소문사진관]'수병과 간호사' 키스 사진속 남자 주인공 별세

중앙일보 2019.02.19. 12:22
미국 시사잡지 '라이프'지에 실렸던 엘프리드 에이전스타트의 '수병과 간호사' 사진.
붉은 새 원 안은 실제 조지 멘돈사의 연인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진 '수병과 간호사'의 남성 주인공 조지 멘돈사가 별세했다.
AP 등 외신은 18일(현지시간) 멘돈사는 생일을 이틀 앞둔 17일 새벽 미국 로드아일랜드 뉴포트 자택에서 9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수병으로 전역한 그는 평생 어업에 종사했다.
해군 복장의 수병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간호사 복장의 여성을 끌어안고 키스하는 장면의 흑백 사진은 미국의 시사 잡지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2차 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컷'이 됐다.
'수병과 간호사' 의 사진속 주인공 조지 멘도사. 그는 해군 전역이후 어업에 종사했다. [AP=연합뉴스]
조지는 타임스스퀘어 인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일본의 항복 뉴스를 듣고 기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자신의 연인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는 상황이었지만, 생면부지의 간호사 여성을 끌어안고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고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조지 멘도사가 지난 2009년 64년 전 촬영된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수병과 함께 등장했던 키스 상대의 주인공은 당시 21세의 치과병원 간호사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로 알려졌고 그는 지난 2016년 9월 92세에 사망했다. 이로써 정열적인 사진의 두 주인공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직장 근처의 타임스스퀘어에서 "한 해병이 나를 껴안았다"며" 그가 전쟁이 끝나 복무지인 태평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기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전시장에서 한 관람객이 '수병과 간호사'의 작품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AFP=연합뉴스]
멘돈사는 실제로 간호사의 직업을 갖은 여성과 사귀고 있었고 이후 그녀와 결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당시의 키스 장면 사진 뒤에 그의 실제 연인의 모습도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1945년 8월14일 촬영된 이 사진속 수병이 한동안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다가 55년이 지난 2000년 미 해군전쟁박물관이 고고인류학 기법을 동원해 수병의 신분을 밝혀냈다. 박물관 연구원들은 두발 형태과 두상 골격 들을 정밀 분석한 결과 멘돈사를 사진 속 주인공으로 특정했다. 당시 사진 속 남자 주인공 후보로 모두 11명의 남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멘돈사는 처음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다 이후 사실을 인정하면서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남자 주인공이 밝혀졌다.
         
한편, '기념비적'인 사진을 촬영한 '라이프' 지의 사진기자 엘프레드 에이전스타트은 이 사진 한장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당시 해군 중위가 촬영한 '키싱 더 워 굿바이(Kissing the War Goodby) 라는 제목의 사진이 뉴욕타임스(NYT)게재 되기도 했지만, 라이프지 실린 '수병과 간호사'가 더 감동적을 주면서 20세기 최고의 사진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김상선 기자
1945년 미국 해군 사진작가가 촬영한 '수병과 간호사' .이 사진은 당시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미국 워터프런트 파크에 세워진 '수병과 간호사'. 오른쪽은 미드웨이 항공모함.

' 수병과 간호사' 사진을 촬영한 미국 시사잡지 '라이트'지의 사진기자 엘프리드 에이전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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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수병과 간호사

서울경제 2019.02.19. 17:37
1945년 8월15일 2차 대전 종전 소식을 들은 수만 명의 인파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쏟아져나왔다. 검은색 세일러복을 입고 하얀색의 동그란 군모를 눌러 쓴 한 수병도 그중 하나였다. 종전을 기뻐하며 길을 걷던 그는 하얀색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을 보고 허리가 으스러지게 껴안고 입을 맞췄다. 라이프 잡지의 사진기자인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는 때마침 옆에 있다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고 셔터를 눌렀다. ‘대일전승일(V-H Day)의 타임스스퀘어’라는 제목으로 라이프지 종전 특집호에 실린 이 사진은 2차 대전 종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컷으로 세계 사진사에 길이 남았다.

아이젠스타트 기자는 당시 수병과 간호사가 바로 인파 속으로 사라져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싶어 했고 라이프지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 나섰다. 그날 타임스스퀘어에서 종전의 기쁨에 들떠 키스한 사람이 많아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1980년 라이프지에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남자가 11명, 여자가 3명에 달할 정도였다. 몇 년에 걸친 확인 작업 결과 주인공은 당시 21세인 간호사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과 역시 21세인 수병 조지 멘돈사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사진이 찍힐 당시 서로 전혀 모르던 사이였다. 프리드먼은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왔는데 갑자기 한 해병이 나를 껴안았다”며 “그는 전쟁이 끝나 복무지로 돌아가지 않아도 돼 기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멘돈사가 9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CNN이 19일 보도했다. 프리드먼이 타계한 지 3년 만이다. 멘돈사는 그 사진 하나로 현대사에서 가장 격정적인 키스를 한 사람으로 기억되겠지만 이는 순전히 시대를 잘 맞춰 태어난 덕분일 수 있다. 그는 그날 종전 소식을 듣고 기뻐 거리로 나와 맥주를 여러 병 마셨다. 술에 취했는지 옆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낯선 간호사를 껴안고 키스했다. 2019년을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그는 그냥 술 취한 성폭력범이다. 2015년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재현한 동상이 프랑스 노르망디에 설치됐을 때 프랑스 페미니스트 단체는 “성폭력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둔갑시켰다”며 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데 혹시라도 멘돈사를 따라 하는 사람이 있을지 걱정된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