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16 이미도 외화 번역가)
책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는 프리랜서 기자 필립 고레비치의 인터뷰집입니다.
정치 스릴러 '호텔 르완다(Hotel Rwanda·사진)'의 뼈대인 이 책의 메시지는 '죽은 자는 묻되 진실은 절대 묻지 말라
(Bury the dead. But never bury the truth)'. 여기서 '진실'은 르완다 집단 학살의 진상입니다.
'나는 악마가 있다는 걸 안다. 직접 악마를 봤고 악마와 악수했으며 악마의 냄새를 맡아봤기 때문이다.'
회고록 '악마와의 악수'를 쓴 UN 평화유지군 중장 로미오 달레어의 증언입니다.
여기서 '악마'는 학살을 지휘한 르완다 극단주의 민병대장.
영화의 주인공은 이 악의 화신을 상대로 무수한 목숨을 구해낸 호텔 지배인 폴입니다.
때는 1994년 4월부터 100일간. 영화는 르완다에서 소수족(族)인 투치족을 말살하려 한 후투족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두 부족 간 평화협정을 이끌던 대통령이 암살되자 더 극렬해진 '인종 청소'는 무려 100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광기로 점철(點綴)된 이 암흑기에 폴은 투치족 아내와 함께 투치족 난민을 호텔에 숨겨줍니다.
한편 서방 열강 지도자들과 과거 두 부족을 분열시켜 르완다를 식민 통치했던 벨기에는 방관자가 됩니다.
'르완다는 자기들 정치 생명에 아무런 득이 안 되는 국가(Rwanda is not worth a single vote to any of them)'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후투족 민병대장이 투치족의 아이들과 임신부들마저 무참히 학살하자 폴은 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지켜주기 위해 목숨 건 모험을 감행하는데….
'르완다의 쉰들러'라 일컬어지는 폴은 후투족입니다.
한 외신 TV 기자가 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사막의 오아시스입니다(You're an oasis in the desert)."
영화 끝 부분은 폴이 얼마나 큰 오아시스였는지를 자막으로 기록합니다.
'그가 호텔에 숨겨줘 목숨을 구한 사람은 126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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