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오후여담>안면인식의 무서운 진화

바람아님 2019. 2. 21. 08:03
문화일보 2019.02.20. 12:10


인공지능(AI) 및 5세대(5G) 이동통신과 융합한 안면인식 기술이 빠른 속도로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국가별 경쟁도 치열하다. 애초 미국이 기술을 주도했지만, AI 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와 달리 사회 통제와 치안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구글은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구글 글라스’를 개발했으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자 안면인식 기능을 빼버렸다.


안면인식 기술이 치안, 유통, 교통 등에 이어 결제수단으로까지 활용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의 ‘아마존고(GO)’에서는 매장 천장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이 고객과 고객이 손에 든 물건을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한다. 아마존은 이런 매장을 2000개 이상으로 늘려 갈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생체인식 결제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 편의점이 생겨났다. 삼성전자가 21일 ‘애플 안방’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하는 갤럭시 S10에도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미 안면인식 기술이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식별하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인식 정확도는 100%에 가깝다. 안면인식 기능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찰 순찰 모습도 눈에 띈다. 베이징(北京)역 개찰구에는 안면인식 장치가 설치돼 승객들의 신원 파악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범법자들을 검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수만 명이 운집한 공연장에서 수배범을 잇달아 검거하기도 했다. 범인을 잡은 건 공안이 아니라 출입구에 설치된 안면인식 시스템이다. 후베이(湖北)성에선 횡단보도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거대한 ‘하이테크 전체주의’를 연상케 한다.

안면인식 기술이 인간에게 편리함을 주고 사회 안전에도 기여하지만,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중국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 260만 명에 대해 위치추적 감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잘못하면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빅브러더’ 사회로 갈 수도 있다.


박현수 조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