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미·중 무역전쟁 휴전선언 90일이 끝나는 3월 1일 직전인 27∼28일에 2차 미·북 정상회담 날짜를 잡고 장소를 베트남 하노이로 정했다. 미국은 2가지 세기의 이벤트를 왜 동시다발적으로 ‘기획’했을까. 미국과 전쟁을 치른 베트남은 국교 정상화로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패권’ 체제에 편승, 대중 포위전략인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합류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 인상안이 실행되면 중국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의도는 북한 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북한을 중국에서 떼어놓기’ 위해서다.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에 이어 북한까지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면 대중국 포위전략은 완성된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 북한은 고립무원이 된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 스트랫포 부사장은 2017년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에서 2014년 이후 셰일 혁명으로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급을 이룩한 결과 국제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데 흥미를 잃게 됐고, 역설적으로 세계 질서의 붕괴를 가속화해 2차대전 후 미국 주도로 구축한 브레턴우즈 체제는 해체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 철수한 것은 군사력으로 세계 원유 해상 수송로를 굳이 관리해야 할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이한은 “앞으로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 간에 석유 해상 수송로를 둘러싼 ‘유조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자이한은 “미국은 분명히 세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모두가 새로 살길을 찾아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브레턴우즈 체제 덕분에 세계 5대 무역국가로 경제적 성공을 달성했지만, 해외 시장 수출과 원자재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결과 세계질서가 무너져 무질서 시대로 회귀하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자이한은 “중국, 일본 열강에 낀 한국의 충격과 불운은 어느 부문보다도 에너지 부문에서 갑자기 참혹하게 겪게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셰일 혁명으로 더 강해진 미국과 동맹을 지속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과 절친인 영국까지 끌어들여 미·영·일 동맹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반면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몰입, 미·중, 중·일 사이에서 ‘균형자론’을 들먹이는가 하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외교적 오판으로 고립주의의 길을 걷고 있다. 한술 더 떠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시하는 동맹인 일본과 거리를 두고 ‘한·미·일 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중국에 약속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쓰나미가 될 수 있는 석유 해상 수송로 위기를 앞에 두고 탈원전 정책 등 거꾸로 가는 한가한 에너지 정책 전반의 재점검이 절박한데 위기의식은 실종됐다. 지난 1월 21일은 대한제국 고종 별세 100주기였다. 국제정치에 무지했던 고종은 ‘중립국 선언’이란 자충수와 함께 일본, 러시아, 미국, 영국의 동조로 대한제국 패망을 재촉했다. 고종의 전철을 답습하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너지정책은 대한민국 몰락을 재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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