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에게는 딱 한 번 하늘의 짐을 벗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헤라클레스로부터 제우스와 헤라의 결혼 축하선물인 황금 사과를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황금 사과는 요정인 헤스페리데스 세 자매가 지키고 있는데 아틀라스가 헤스페리데스의 친족이기 때문이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잠깐 하늘을 지고 있도록 넘겨준 뒤 헤스페리데스에게 가 황금 사과를 따온다. 하늘 짐이 버거웠던 아틀라스는 황금 사과만 놓아둔 채 떠나려고 했지만 헤라클레스는 왼쪽 어깨로 하늘을 메고 있기가 무겁다며 오른쪽으로 잠깐만 옮겨달라고 애원한다. 마음씨 고운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옆으로 다가가 헤라클레스가 하늘 짐을 옮겨 지는 것을 도왔고 헤라클레스는 이때를 틈타 하늘 짐을 다시 아틀라스에게 넘긴 뒤 황금 사과를 들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틀라스(Atlas)는 우직한 거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크고 넓은 것에 이 이미지가 활용된다. 지금은 지도책이라는 보통명사로 쓰이는 아틀라스가 대표적이며 신화 속 아틀라스가 돌이 돼 만들어졌다는 아틀라스 산맥(Atlas Mountains)과 아틀라스의 바다, 즉 대서양(Atlantic ocean)이라는 이름도 비슷한 예다.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윤 센터장을 아틀라스라고 표현하며 “그를 잊지 않기 위해 닥터 헬기 기체 표면에 윤 센터장의 이름과 아틀라스라는 콜사인을 함께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듯 윤 센터장은 한국의 응급의료를 떠받쳐왔다”며 “윤 센터장이 본인에게 형벌과도 같은 상황을 견딘 덕분에 우리가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 속 아틀라스는 버거운 짐을 벗을 기회라도 한 번 있었는데 윤 센터장은 어땠을까. 그의 노고가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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