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現정부 경제 정책, 우리가 잘한 걸 포기하게 해"

바람아님 2019. 2. 23. 13:13

(조선일보 2019.02.23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기업인 출신 소설가 홍상화, 한국경제 지론 담은 새 책 펴내

"대한민국 사회는 요즘 자기 훼손과 비하에 빠져 있다."

기업인 출신 소설가 홍상화(79)가 한국 경제를 다룬 소설 '30-50클럽'(한국문학사)을 냈다.

홍 작가는 한국컴퓨터를 창업해 기업인으로 활동하다가 1989년 소설가로 변신했다.

경제 풍자 소설 '거품 시대'를 1993년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중편소설 '동백꽃'으로 2005년 이수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새 소설에 대해 "세계 최빈국이었지만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착취하지 않고서 오늘날 '30-50클럽'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든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우리 사회가 지금껏 거둔 성공 비결을 한국인의 새 정체성으로 삼자고 제안하고 싶어서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소설가 홍상화는“평택에 들어선 주한 미군 기지는 최첨단 시설이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장차 한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설가 홍상화는“평택에 들어선 주한 미군 기지는 최첨단 시설이기 때문에 미국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장차 한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강호 기자


소설 '30-50클럽'은 대화체 형식으로 경제 평론을 풀어놓는다.

작가가 가상으로 재미 교포 경제학자와 중국 경제 전문가를 번갈아 접촉해 나누는 대화로 진행된다.

이 소설이 강조하는 대한민국 성공 비결의 핵심은 평등사상이다.


작가는 "누구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계층 유동성'이 활발했기 때문에 한국인을

지금껏 뛰게 한 것은 '평등사상'이다"라며   "공정한 입시와 고시(考試), 군 복무, '일하는 윤리'가 우리의 강점이었고,

심지어 '일류 선호병'도 경쟁과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고소득과 고학력의 대물림이 심해지는 것을 비롯해 근로와 경쟁이란 측면에서 우리 스스로 성공 비결을

망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또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한국 경제의 강점이었지만, 현재 정부가 소득 재분배를

중시하거나 세금을 써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지금껏 우리가 잘한 점을 포기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작가는 한반도에 미칠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 영향도 내다봤다.

"중국은 원래 2025년 초강대국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해 무역 전쟁을 일으키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로선 다행이다. 중국의 첫 목표는 한국을 다시 조공 국가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사드 배치는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지닌 속마음을 들춰냈다는 점에서 치적(治績)으로 봐도 무방하다.

앞으로 미국 자본주의와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가 자주 부딪치고, 중국 경제가 '잃어버린 10~20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남북한 경제 협력에 대해선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경제 규모는 우리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 지금이야 남북한 관계 개선 때문에 존중하지만,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 대등한 파트너로 여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요즘 여러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쉽게 추락하진 않는다.

우리 장점을 살리면 기존의 '30-50 클럽' 중 미국과 독일을 빼곤 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를 추월할 수 있다고 본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유토피아는 늘 멀리에 있었다. 하지만 디스토피아는 언제나 유토피아의 가면을 쓴 채 현실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체질적으로 반(反)이념적인 문학의 운명은 유토피아의 환상에 맞선 디스토피아의 악몽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2009.12.15 박해현 문화부 차장 박해현


박해현 문화부 차장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을 출간하면서 "프롤레타리아들이 공산주의혁명에서 잃을 것은 그들을 얽매는 쇠사슬밖에 없다. 그들에게는 얻어야 할 세계가 있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로부터 160년 뒤 문학평론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마르크스의 오류를 지적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여 들고 일어나라'고 하면서 '당신들이 잃을 것은 당신들을 얽매고 있는 쇠사슬밖에 없다'고 말한 게 있어요. 그런데 그 쇠사슬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바로 '밥줄'이기도 합니다. 변화도 필요하지만, 지금 삶을 살아가는 데 안정이 필요하고 그걸 존중해주면서 개선하는 방안을 만들어나가야지요."(김우창·문광훈 대담집 '세 개의 동그라미')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민노총 운동가 등 외부 세력은 파업 현장에서 노조의 '밥줄'을 끊는 극한 투쟁을 선동하기만 했다. 보다 못한 쌍용차 직원 부인들은 "쌍용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제발 국회로 돌아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들은 남의 '밥줄'을 투쟁으로 '끊어야 할 쇠사슬'로 호도하면서 자신의 '밥줄'을 이어가는 집단일 뿐이었다. 그들이 지향하는 유토피아(이상향·理想鄕)는 그들을 제외한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디스토피아(암흑향·暗黑鄕)란 사실을 재입증한 것이다.

그런데 2010년을 앞둔 요즘 기업인 출신의 소설가 홍상화가 '디스토피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 지식인 사회를 지배하는 좌파 이념의 이상향이 한국을 암흑향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장편소설 '디스토피아'를 출간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www.dystopia.co.kr)를 개설해 독자 신청을 받아 자신의 소설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앞으로 사비 1억원을 들여 10만 부 정도 나눠줄 계획"이라며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보수단체와 손잡지 않고 나 혼자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의 건실한 중소기업인이었다가 늦깎이 작가가 된 홍상화가 홀로 좌파와 맞서는 21세기의 돈키호테가 되기로 한 까닭은 지극히 문학적이다. '좌편향된 독서를 한 지식인들이 진보적 민족문학을 이용해 지배계급에 대한 증오심을 전파하고 있다'는, 문학적 오용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느 진보적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두고 '반공 이데올로기와 수구 보수의 망령'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또한 중도 성향의 문인들은 홍상화의 소설을 문학적으로 무시하거나 그의 캠페인을 외면하기 일쑤다. 하지만 디스토피아 홈페이지에는 작가를 격려하고 책을 보내달라는 독자의 편지가 하루하루 쌓이고 있다.

홍상화의 소설은 기업인의 시각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에인 랜드의 소설 '아틀라스'(1957년)를 떠올리게 한다. 미래의 어느 날 포퓰리즘에 빠진 무능한 정치인들이 평등주의를 시장과 사회에 강요하자 혁신적인 기업인과 기술자, 예술가 등 엘리트들이 망명해버리고, 국가는 무정부상태에 빠진다는 소설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이 젊은 시절 탐독하는 등 자유주의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책이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유토피아는 늘 멀리에 있었다. 하지만 디스토피아는 언제나 유토피아의 가면을 쓴 채 현실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체질적으로 반(反)이념적인 문학의 운명은 유토피아의 환상에 맞선 디스토피아의 악몽일 수밖에 없다. 



홍상화씨 '조정래·김남주' 실명 비판 논란

( 2005/09/02 박해현기자)

"남한 좌경지식인 북, 오판 부를 정도로 위험"
한국문학 가을호에 게재
소설가 홍상화(65)씨가 소설을 통해 “남한 지식인 사회에서 좌경 세력의 존재는 남북간의 화해에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 북한 당국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수준”이라고 해당 문인을 실명으로 비판, 논란이 예상된다.

홍씨는 자신이 주간(主幹)으로 있는 문학잡지 ‘한국문학’ 가을호에 실린 중편 ‘디스토피아’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작가 조정래, 시인 김남주씨와 이들의 작품을 비판했다. 조씨의 ‘태백산맥’에 대한 비판은 “첫째, 좌경지식인의 미화와 반미감정이 주제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학자들에 의해 문학의 금자탑이라 찬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사설이 너무 강하고 많습니다. 소설에서 작가의 강한 사설은 무덤을 파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욕지거나 심심찮게 등장하는 섹스 신 묘사로 독자가 재미를 느끼는 데 한몫했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한편 김남주 시인(1994년 타계)에 대해서는 “재능과 시심을 가진 김시인은 자신의 투쟁적 시작이 재해 행위에만 그치지 않고 예술 자체를 살해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것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디스토피아’는 소설가와 대학교수의 대화를 통해 70년대 이후 최근까지 한국 문학의 좌경화와 반미감정, 일부 작가·평론가들의 투쟁 노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박정희와 유신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주장, 이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홍씨는 “이 소설이 실린 ‘한국 문학’ 가을호 1400부를 3부요인과 종교 지도자, 대학 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무료로 보내겠다”고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