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매품팔이가 있었다. 죄를 짓고도 품위 유지에 급급했던 양반을 대신해 매를 맞는 직업이었다. 곤장 100대에 7냥. 날품팔이 일당의 35배였으니 짭짤했다. 학문을 숭상했다는 조선에는 서점이 없었다. 정부의 정보 독점 정책 때문에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책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책쾌가 나타났다. 고서, 금서, 희귀본까지 거래했다. 이어서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는 세책(貰冊)업자도 등장했다. 이런 직업들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중국에는 ‘샤오샹런’이라는 직업이 있다. 험준한 산꼭대기나 아찔한 절벽에 향을 대신 피워주는 일을 한다. 위험한 곳에 피운 향이 신통력을 발휘한다고 믿는 사람들 때문에 장사가 된다. 최고 20만원. 내연녀퇴치사라는 전문직도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 덕에 벼락부자가 된 40, 50대 남성들이 내연녀를 두면서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이 빈발하자 상하이에 처음 등장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된 중국 고위공무원 중 95%가 내연녀를 두었다고 하니 이런 직업이 번창할 만하다.
러시아에는 맘모스사냥꾼이 활동한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매장돼 있는 맘모스 상아를 캐는 일을 한다. 맘모스 상아 거래는 규제가 없다.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는 자전거낚시꾼이 그럴듯한 일자리다.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여서 자전거가 강물에 빠지는 일이 많다. 연간 1만4000대의 자전거를 강에서 건져올린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이색 직업은 좀 엉뚱한 계기로 알려졌다. 런던 버킹엄궁의 ‘벽난로관리인’이 궁내 청소부와 바람을 피웠다가 직업이 공개됐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일을 35년째 해 왔다고 한다. 300여개 벽난로를 관리하면서 여왕과 TV를 같이 보는 특권을 누리는 데다 월급에는 세금면제 혜택이 있다. 궁내 시계 350개를 수리하고 태엽을 감는 직업은 연봉이 4600만원. 이밖에도 커튼제작사, 욕조관리자, 템스강 백조관리인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직업이 수십가지라고 한다.
수백년간 유지되는 ‘사라지지 않는 일자리’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만들기에 목을 매는 우리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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