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길 각, 배 주, 구할 구, 칼 검. 배에 표시를 해 칼을 구한다는 뜻으로 상황판단 못하고 둔하게 행동하는 것을 지적할 때 인용되는 고사성어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찰금(察今)편에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물속에 빠뜨렸다. 그러자 그는 칼이 빠진 부분을 표시해놓아 나중에 찾을 요량으로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를 했다. 배가 나루터에 닿자 그는 칼자국이 있는 뱃전 밑 물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칼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의 행동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칼을 빠뜨린 강물은 벌써 지나왔는데 그 아래에 칼이 있을 턱이 있냐?"며 혀를 찼다. 그제야 젊은이는 자신의 미련하고 아둔한 행동을 깨닫고 자리를 떴다는 이야기다. 이후 미련하고 융통성 없는 경우를 보면 세상 사람들은 '각주구검'이라는 말로 비꼬았다. 각주구검과 비슷한 사자성어로는 나무 그루터기에서 토끼가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수주대토(守株待兎)가 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송(宋)나라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토끼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머리를 박고 죽자 이것을 보고 밭 갈던 걸 멈추고 그루터기에서 또 토끼가 죽기만을 기다렸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 역시 어리석고 융통성 없는 사람을 지적할 때 인용된다. 좀 다르지만 비슷한 뜻으로 격화소양(隔靴搔痒)이란 말도 있다. 신을 신고 발을 긁는다는 뜻으로 효과 없는 행동을 하는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을 가르킬 때 쓰인다.
요즘 정부가 펴는 경제정책들에 돈은 돈 대로 들어가고 성과는 지지부진한 경우가 적지않다. 칼(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찾으려 뱃전에 해놓은 표시(소득주도성장정책) 밑에만 열심히 뒤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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