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6.29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인생은 짧다.
이 책의 번역가가 저자에게 사인을 요청하자, 이름과 함께 'Life is short'라고 적었다는 후일담이
마지막에 적혀 있다.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소문으로 대성공을 거둔 토스터를 만든 회사,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이
책을 썼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아르테)는 분량이 300장도 안 되는 조그마한 책이다.
하지만 삶에는 반드시 끝이 있으며, 그 끝이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깨달음을 중학교 2학년 시절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배운 테라오는 책도 간결하게 썼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짧지만, 그 중 두 시간은 이 책에 투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발뮤다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30%에 불과하다.
그것도 2003년 덜컥 사업을 시작해서 2010년 드디어 선풍기가 성공하기 전까지 7년 동안 악전고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책의 절반 이상은 어떤 인생 여정을 거쳐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 테라오 겐이라는 캐릭터가 구축되는 스토리에
무게중심을 둔다. 발뮤다를 설명하기 위해 먼저 테라오라는 인물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도록 만든 구성인데,
창업가의 캐릭터가 사업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영민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테라오 겐 지음/ 남미혜 옮김/ arte(아르테)/ 2019
325.04-ㅌ58ㄱ/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강서]2층
이 때문에, 2009년 매출 5억원에서 2018년 매출 1000억원으로 고속 성장한 발뮤다의
성공 비결을 알고 싶은 분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
대신 창업을 해 볼까 고민 중인 분들이 읽으면 단단한 마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 해도 역전할 기회는 늘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 전부를 걸었을 때에야 비로소 역전할 수 있었다",
"안주 혹은 안정. 매력적인 말이지만, 그런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힘겨워도, 다시 일해야 하는 게 인생이다" 같은 구절은 열혈 소년 만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느껴지지만, 선배 창업가가 들려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을 진지하게 정면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승부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에게는 자유로움이 있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리다 보니, 언제부턴가 내 안에는 상쾌한 기분만이 남아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유니콘에서 추락한 스타트업의 실체 (2019.05.1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8/2019051800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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