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5.18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우리는 과감히 기쁨을 추구해야 한다. 쾌락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기쁨 없이는 안 된다. 즐거움 없이는,
이 세상이라는 무자비한 불구덩이에서
고집스럽게 기쁨을 받아들여야 한다.
제임스 길버트의 시 '변론 취지서'를 처음 읽었다. 시를 소개한 건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였는데
그녀는 '이 문장은 내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에서 시에 등장하는 '고집스러운 기쁨'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젊을 때 피아노 연주자가 되려고 했는데 막 유명해지려는 때에 사고로 손가락을 하나 잃었다.
피아니스트라는 목표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는 돈은 아주 많지만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다정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간호사들에게 따뜻이 돌봄을 받았는데 생전 처음 누려 본 경험이었어.'
남자는 손가락 하나 없는 손을 들어 이렇게 덧붙였다. '(손가락을 잃었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지!'"
자연스러운 기쁨과 다른 '고집스러운 기쁨'이란 이런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슬픔을 아주 작은 은총의 순간과 견주어 보고, 그래도 인간으로 사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 말이다.
젊은 나이에 쓰기 힘든 시가 있다. 길버트의 말처럼 "나이가 들어도 이런 삶의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로 꿈을 잊고 기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미국 여행에서 강단을 꿈꾸며 유학을 왔지만 버스에 선 남자를 보았다.
그는 강단 대신 관광버스에 서서 미국 문 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유쾌한 강사(가이드)가 되어 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트롯'에서도 아이돌이 되려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출연자가 적지 않다.
고집스러운 기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나쁘지는 않아!'라는 태도,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는
희망의 종류를 바꾸는 용기일지 모른다.
그럴 때, 삶의 또 다른 기쁨이 열린다.
[백영옥의 말과 글] [100] 끼니의 의미 (조선일보 2019.05.2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4/2019052403592.html
[백영옥의 말과 글] [101] 실패에 대하여 (조선일보 2019.06.0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1/2019053103302.html
[백영옥의 말과 글] [102] 습관의 힘 (조선일보 2019.06.08)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7/2019060703028.html
[백영옥의 말과 글] [103]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9.06.1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5/2019061500015.html
[백영옥의 말과 글] [104] 식물 저승사자 (조선일보 2019.06.2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1/2019062103514.html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영옥의 말과 글] [100] 끼니의 의미 (0) | 2019.07.19 |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44] 戰後 일본을 다룬 중국의 전략 (0) | 2019.07.19 |
[백영옥의 말과 글] [98] 눈이 부시게 (0) | 2019.07.17 |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 北의 인기 스포츠는 탁구… 야구는 일제 잔재로 여겨 (0) | 2019.07.17 |
[평양남자 태영호의 서울 탐구생활]개성에도 성균관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0) | 2019.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