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07 박은호 논설위원)
미국의 한 핵물리학자가 1971년 '차이나 신드롬' 가설을 내놨다.
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이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이 미국 땅을 뚫은 뒤 지구 한가운데를 지나
중국까지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내용이지만 미국인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원전이 멈칫한 사이 중국은 '원전 굴기(崛起)'로 방향을 잡았다.
핵기술 개발 60주년을 맞은 2015년 중국 지도부는 아예 원자력을 '중국 발전의 근육과 뼈'라고 선언했다.
'중국 기술로 세계 원전 표준화를 이루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영국을 비롯해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20여국이 중국과 원전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 중국이 최근 '원자력 안전 백서'를 처음 발간했다고 한다.
중국 동해안과 남해안에 가동 중인 원전이 47기이고 11기는 건설 중이다. 이 가운데 17기는 한반도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중국 동북부 해안에 위치해 있다. 2030년까지 100기 이상, 2050년까지 150기 원전을 짓는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한국과 가까운 해안 지대에 우리가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원전이 들어선다는 얘기다.
▶중국 원전이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과잉 불안 심리다.
중국 스스로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될 텐데 안전장치를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정부는 원전이 불안해 탈원전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바로 서쪽에 원전 대국이 있는 것을 고려한 탈원전인지 궁금하다.
2017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시뮬레이션해 보니 서울과 직선거리 970㎞ 떨어진 장쑤성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고 가정하면 사흘 안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300㎞가량 떨어진 산둥반도 사고는 하루면 된다.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그토록 고집하면서도 정작 중국 원전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않고 있다.
환경단체 등은 오히려 "중국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대국"이라며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지구 상에 100% 안전한 에너지원은 존재할 수 없다.
원전은 석유, 석탄, LNG 같은 전통적 에너지원보다 환경, 건강 피해가 더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통령은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어쩌지 못하는 중국 원전을 옆에 둔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싸고, 깨끗하고,
질 좋은 제 나라 원전을 버리고 값비싸고, 환경오염시키고, 불안정한 다른 에너지로 가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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