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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新대권무림] 586 천적은 나..조국 나와랏, 부산서 붙어보자

바람아님 2019. 9. 6. 08:12

중앙일보 2019.09.05. 00:04

 

86꼰대 이미 기득권된 지 오래
놔두면 사회주의 세상 도래할 것
40대 여전사가 앞장 설테니
자유 무림 지킬 힘 보태달라


잠룡편 ② 우파의 암사자 이언주
<무림서열록 공동 73위> 보수차세대공의 기수 이언주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자수성가형. 부산산. 어린 시절 해운 일을 하는 부친을 따라 싱가포르에서 3년 수학. 이때 반칙을 싫어하고 법을 지키며 공공을 중시하는 자유주의 여전사의 기틀을 닦음. 영도여류고를 나와 서울무술대학 불란서무학과 진학. 외환위기로 가세가 기울자 율사시험에 도전, 합격 후 상계(商界)에 투신. 2년마다 초고속 승진해 나이 서른에 여류경제공의 대가에 오름. 좌무림의 권유로 강호에 출두했으나 스스로 파문. 무공 내력: 좌도방문에서 우파자유주의공으로 선회, 절정의 시장주의 초식을 구사함. 좌파의 대표 무공인 편가르기공, 적폐공, 평화경제공에 상극인 무공만 골라 익힘. 대표 무공: 40대 무림지존을 꿈꾸며 ‘차세대보수공’을 연마 중. 차세대보수공은 친일·죽창은 물론 적폐 초식에도 상극으로 알려짐. 근황: 반무림지존, 신우파연합을 이끌어 내 차기 무림지존좌 직행을 꿈꾸며 독보천하, 주유천하 중.


강호에 수많은 여걸이 있으나 이언주 같은 이는 없다. 손속이 매서워 날수(辣手), 모두의 언니라 소저(小姐)로 불리는 날수소저 언주. 그는 무공 천재다. 한번 보면 다 안다. 어디가 약점인지, 어떻게 공략할지 파훼법도 즉각 만들어 낸다. 그런 그가 며칠 전 조국 법무판서 후보자 무림청문회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이가 없어도 유분수지. 짜고 치는 마작에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파훼법? 그딴 걸 고민할 수준이 애초 아니었다.

“순진한 얼굴, 멀쑥한 백면서생으로 가장해 ‘모른다, 아내가 했다, 불법은 없다, 그러나 죄송하다’만 반복했다. 강호 백성과 무림의회가 얼마나 우스우면 저러겠나….”


하기야 무림의회와 언론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였다. 탓할 수도 없다. 당금 무림에 춘추필법을 익힌 이 몇이나 되랴. 어지럽고(亂筆) 사악하며(惡筆) 아첨하고(阿筆) 왜곡하는(曲筆) 잡필(雜筆) 투성이다. 우파 무림도 인물이 씨가 말랐다. 오죽하면 스스로 문초를 당하겠다며 위선서생 조국이 기습 청문회를 열었을까. 현 집권 세력의 독주 마공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이젠 누구도 막지 못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강호 민심을 거슬러 지존의 입맛대로 천하를 주물럭거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무림의 금기인 독재 아닌가.


언주 소저는 생각할수록 86에 대한 분노가 끓어 올랐다. 당금 무림을 지배하는 86, 이들의 본색이 뭔가. 한 일이라곤 30년도 넘은 독재 타도 전력이 고작 아닌가. 가질 것 다 가지고, 누릴 것 다 누려놓고 이제 와서 민초들에게 “빚을 갚으라”며 또 부채의식을 들춘다. 젊은 시절 한 번 좋은 무술대학에 합격했다고 평생 호의호식해야 한다는 무리와 뭐가 다른가. 게다가 무공은 또 얼마나 고리타분한가. 주사파, 평화경제, 남북합체공이 고작이요, 적폐청산 초식밖엔 쓸 줄 아는 게 없잖은가. 안에서 안 먹히니 성동격서, 밖까지 시끄럽게 한다. 반일·반미 본색마저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대로 두면 무림에 내일은 없다. 남들이 안 하면, 수컷들이 못하면, 늙은이들이 안 되면, 내가 한다. 젊은 암사자, 언주 소저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득 2년 여전, 분연히 현 집권 진영에서 뛰쳐나올 때가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렇게 읊었다.


이젠 내가 창과 칼을 사서 (願爲市刀劍)
백성 대신 전쟁에 나서렵니다 (從此替民征)
옛 문파를 뛰쳐나와 새 동지를 만나니 (出門看花伴)

동지들 모두 깜짝 놀라네 (花伴皆驚忙)

4년 넘게 싸웠으나 (鬪爭四個年)

언주가 우파의 암사자인줄 몰랐네(不知彦周是右獅)

※위진남북조의 목란사(木蘭辭)를 패러디


첫발은 잘 못 디뎠다. 그를 무림으로 불러낸 건, 무력(武曆) 2012년 민주야당이었다. 그는 그때 민주야당의 주류 무공이 자유좌파공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주의 마공, 사회주의공이 본색이었다. 사회주의공은 무림 말살이 목적이다. 자유를 씨줄로 시장경제를 날줄로 삼는 남한 무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그는 섬뜩했다. 어찌 무림을 부정하는 무리와 무공을 논한단 말인가. 분기탱천, 광야로 뛰쳐나갔다. 현 무림지존의 등극을 코앞에 둔 2017년 초봄의 일이다. 고난은 각오했다. 압도적인 패권으로 강호를 거머쥔 무림지존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당시 우파 무림은 궤멸 상태였다. 그네 공주를 내쫓은 좌무림은 거침이 없었다. 강호의 누구도 항거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그때 암사자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유를 지키는 암사자. 고된 사냥은 일상이고, 무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때론 하이에나 같은 악의 무리와도 싸워야 한다. 늙은 수사자는 폼이나 재고, 권력 투쟁이나 할 뿐이다. 젊고 강한 암사자의 존재, 그게 사자 무리의 자유와 운명을 결정한다. 언주 소저, 그는 젊고 강한 암사자였다.


강호 초출 후 7년, 그는 좌충우돌 좌파 무공과 싸워왔다. 누구보다 좌무공의 본질을 잘 안다. 사회주의 마공을 축으로 민족주의의 외피를 두르고 민주화·인권·퍼주기 초식을 쓴다. 본질인 내공을 보지 않고 현란한 초식에만 눈을 팔다 보면 멀쩡한 무공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쉽게 사회주의 마공에 빠진다. 사회주의 마공엔 6가지 놀라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실업은 없지만 아무도 일하지 않는다. 둘째, 아무도 일하지 않지만, 모두 월급을 받는다. 셋째, 모두 월급을 받지만, 그 돈으론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넷째, 아무것도 살 수 없지만, 만인이 모든 것을 소유한다. 다섯째, 만인이 모든 것을 소유하지만, 모두가 불만이다. 여섯째, 모두가 불만이지만, 선거 때는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 (이언주 『나는 왜 싸우는가』)


사회주의 마공은 방어도 쉽지 않다. 그는 7년 공부를 밑천으로 비급을 한 권 썼다. 반사회주의 무공 수련법이다. 자기류, 언주류의 무공이기도 하다. 마공처럼 흡입력이 강하다. 누구나 한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한다. 읽으면 자연 독재저항내공, 문빠퇴치초식이 생긴다. 열번 읽으면 문빠를 일격필살할 수 있고, 백번 읽으면 문빠가 근처에도 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비급이 강호에 널리 읽히고 퍼지는 날, 문빠독재가 끝나고 무림이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스스로 무공을 창안하는 이를 대종사라 한다. 박관용 전 무림의회 의장은 “정치인의 첫째 덕목은 용기다. 이언주는 당당하고 용기 있다. 박근혜를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이다”라며 “언주소저는 능히 대종사로 부를 만하다”고 했다.


그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꿈꾸고, 불란서의 마크롱을 사사한다. 철의 여상(女相) 대처는 강성 노조를 꺾고 물리쳤다. 좌파 노동당과 밀약 후 노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게 성공비결이다. 삼십대의 마크롱은 또 어땠나. 철밥통 노조와 싸워 유럽의 병자 불란서를 유럽의 모범생으로 거듭나게 했다. 권좌를 뺏길 위기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민노총 세력을 놔두면 중원 무림의 미래는 없다. 혼자선 안 된다. 좌우 무림이 손을 잡아야 상대할 수 있다.


언주 소저의 차세대보수공은 보수재건무공에서 비롯했다. 관제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내공을 극대화하는 게 요체다. 자유 초식이야말로 우파 무림의 모든 것이다. 그래야 아귀가 맞는다. 그는 5·18도 자유주의 운동으로 본다. 조원진에서 안철수까지, 큰천막공도 자유초식으로만 펼칠 수 있다. 내가 적임자다. 좌파의 본류 민주야당부터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두루 걸쳤다. 큰천막공을 제대로 구사할 고수는 나밖에 없다. 고심이 하나 있다. 그러려면 그네 공주를 안고 가야 한다. 무림의 제일법칙은 강자존(强者存), 힘이다. 우파 최대 문파 새누리당은 그네 공주가 만들었다. 후신인 한국당도 그네 공주의 유산이다. 그네 공주를 내치려는 자는 나가야 한다. 나가서 자기 문파를 만들면 된다. 이런 이치가 단순하고 분명하다. 우파 무림은 받아들여야 한다. 거부하면 미래는 없다.


대권의 계절은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다. 승부는 내년 총무림대회부터 시작이다. 86세대의 청산이 본격화할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내 손으로 끌어내려 주겠다. 그는 첫 번째 전장을 자신의 고향 부산으로 생각한다. 부산은 그가 강호 초출했던 경기와는 물이 다르다. 온도도 다르다. 부산 강호인들은 자유초식의 강력한 지지자들이다. 현 무림지존도 부산에서 승부했다. 멀리는 바보 공자 노무현 전 무림지존도 부산을 발판으로 천하를 움켜줬다. 상대는 누구라도 좋다. 위선서생 조국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21대 총무림대회에 나오랏, 부산 출신끼리 맞붙어 누가 지존좌의 예비 주인인지 가려보자.


당돌하다고? 실패하면 어쩌냐고?
“나는 무림이 좋다. 무공이 재미있다. 재미있으니까 한다. 안 되면? 딴 거 하면 된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쿨하게 웃었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