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기자의 시각] 軍 무기, 자부심이 무너진다

바람아님 2019. 9. 6. 07:28

(조선일보 2019.09.06 양승식 정치부 기자)

양승식 정치부 기자양승식 정치부 기자


감사원이 5일 국산 '명품 무기'라던 K-11 복합형 소총에 대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업이 아예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말이다. K-11 연구·개발은 1998년 시작됐다.

군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대로라면 21년 동안 끌어온 개발이 허사였다는 말"이라고 했다.

K-11 개발에는 지금까지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군은 한때 K-11을 명품 무기로 선전하며 관련자들에게 상을 줬고, 훈장도 수여했다. 소총과 유탄 발사기를 결합한

획기적 신형 복합 소총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곧 K-11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했다. 명중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사격 통제 장치가 반복적으로 균열했다.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지만 군은 K-11을 계속 개발했다.

결국 국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했고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했다. K-11은 이후 수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군은 개발을

끈질기게 지속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좀비처럼 살아나는 K-11 개발 사업을 이번에는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군 안팎에서는 방위사업청이 이번에는 K-11 개발 사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무기 개발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갖가지 무기 개발마다 '실패' '지연'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청와대가 '명품 헬기'라고 했던 수리온 헬리콥터의 동종 헬기인 마린온은 프로펠러와 동체를 잇는 축이 불량해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해병대 대령 등 5명이 순직했다.

신형 호위함 대구함(2800t)은 전력화 5개월 만인 지난 1월 추진 체계 이상으로 고장 난 뒤 아직도 재배치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수준의 부실 소나(음파 탐지기)를 달아 '방산 비리'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던 수상 구조함 통영함은

6년째 음파 탐지기 없이 운용 중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최근 신무기 개발에 잇따라 성공해 선보이고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다연장 로켓) 등 신형 미사일·방사포 4종을 개발했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도 했다.

일부는 전력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우리 국민 중에선 북한의 신무기 실험 장면 등을 보며

"북한 무기 대단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색은 않지만 군 장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사시 북한과 맞서 싸워야 하는 우리 군의 사기가 걱정되는 이유다.


정부는 '자주 국방'을 외치며 정찰 위성이나 경항모 개발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연구 개발 단계인 이 사업이 언제 성공적으로 완료될지는 불투명하다.

국방부는 "우리 무기가 북한 것보다 좋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계속 내놓는 동안 우리 군은

뭐 했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우리가 어쩌다 북한의 기술 개발을 부러워해야 하는 상황이 됐는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