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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11] 온실기체

바람아님 2014. 1. 3. 11:38

(출처-조선일보 2011.05.1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언제부터인가 단 하루라도 '기후변화'라는 말을 듣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이제 가히 우리 시대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기후변화는 다른 이슈들처럼 잠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식어버릴 화두가 아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듣게 될 거대화두라고 생각한다.

2008년 2월 22일 우리나라 환경재단은 기후변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할 목적으로 기후변화센터를 만들었다. 영국은 2000년에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등 7개 대학의 기후변화 연구센터들을 묶어 아일랜드 출신의 19세기 물리학자 존 틴덜(John Tyndall)의 이름을 딴 틴덜센터를 설립했다. 틴덜은 1859년 5월 18일 영국 왕립과학연구소 지하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실험을 끝낸 후 일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하루 종일 실험을 수행했다. 확실한 증거를 손에 쥐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온실기체(greenhouse gas)라고 부르는 수증기·이산화탄소·아산화질소·메탄·오존 등이 각각 일정량의 방사선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온실기체는 지표면에서 반사되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흡수하여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만일 온실기체가 없다면 온도가 33도나 낮아져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변하고 만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해로운 법이다. 18세기 중반까지 거의 변함이 없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2세기 반 동안 무려 1.7배나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는 일단 공기 중에 배출되면 수만 년 이상 머물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과학자들은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안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 틴덜의 연구로부터 1세기 반이 흘렀건만 아직 우리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요즘 '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이란 제목의 강연을 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과학자의 연구는 물론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의 삶이 변해야 한다. 우리의 삶이 지금보다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온실기체의 배출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