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25 강경희 논설위원)
"경제 발전의 주역을 맡아야 할 386 세대가 대학 시절 (데모하느라) 경제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청와대 386들이 발끈했다.
온갖 비난과 인신 공격을 당했지만 이 부총리는 멈추지 않았다.
"과거에 매달리는 정책에만 온 나라가 빠져 있다. 뒷다리만 잡아서 시장경제가 되겠느냐."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은 경제 관료들의 헌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도 소신을 펴는 경제 관료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박물관 유물(遺物) 같은 한국 관료의 전통이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했다.
승진시켜주고 좋은 자리 보내주는 인사권자 앞에서 관료가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요즘 한국 관료들은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판 것 같다.
정권의 총대를 메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영합한다. 물론 보상을 기대할 것이다.
▶야당의 경제 비전 '민부론'을 공격하는 여당 문건을 작성한 곳이 기획재정부로 확인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시해 민부론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 내용이 민주당에 전달됐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관료들이 여당 당원 역할을 했다.
대통령이 우리 경제에 엉뚱한 말을 쏟아내 조롱거리가 되는데도 누구 하나 직언하는 관료가 없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 위기론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다른 의도를 가진 발언"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것을 아첨이라고 한다.
탈원전 같은 국가 자해 정책에 직을 걸고 고언하는 공무원도 단 한 명 없다.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정권의 하수인들이다.
▶과거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료들은 '노 맨(No Man)'으로 유명했다. 예산실장 만나기가 대통령 다음으로 힘들다고 했다.
그런 불평을 예산 관료들은 국민 세금을 지키는 명예로 여겼다.
예전 같으면 소득 주도 성장, 세금 주도 성장 같은 황당한 정책에 기재부 실무자들이 반발했을 것이다.
국민 세금 지키려고 억척같던 예산실 전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권 코드에 맞춰 입장 바꾸는 공무원을 두고 관료들 사이에서는 "개종했다"고 한다. 종교를 바꾸는 것이다.
머리가 좋으니 쉽게 논리도 만든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엘리트 관료들이 사석에서 "다음엔 좌파 정권이 들어설 테니 미리 줄 잘 서야 한다"고 했다.
정치 예측력도 정치인 뺨친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드러눕는 풀잎이다.
선배들이 이룩한 대한민국을 이들이 해칠 것이다.
블로그내 같이 읽을 거리 :
미국·멕시코 고위 관료직을 걸고 대통령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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