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0.23 한현우 논설위원)
작년 4월 미국 유튜브 본사에서 한 이란계 여성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다쳤다.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여성은 유튜브가 자신이 올린 영상의 조회 수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식주의와 동물 학대 반대 같은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이른바 '노란 딱지'가 붙어 광고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유튜브에서 아랍어를 쓴 뒤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유튜브가 자신을 차별한다고 말해왔다.
▶이용자 수 19억 명, 매일 동영상 조회 수 1억 건,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새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는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주장'이 올라오는 곳이다. 그만큼 영향력도 크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크다.
저질 영상과 표절, 가짜뉴스, 유튜버들끼리 살벌한 싸움도 벌어진다.
인기를 끌 만한 영상을 올려 광고로 돈을 버는 데 저널리즘의 원칙이 발붙이기는 어렵다.
▶테러단체 선전 영상에까지 광고가 붙게 되자 유튜브는 2017년 8월 '노란 딱지' 제도를 도입했다.
폭력과 선정성, 무책임한 정치 선동 등을 걸러낸다는 취지였다.
문제 영상에 노란색 '$ 마크'가 붙으면 조회 수가 아무리 올라도 광고가 붙지 않는다.
이 제도가 생기자 조잡한 영상에 자극적 제목을 단 일부 유튜버가 사라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엉뚱한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해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 국내 유튜버는 "왜 내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눈길을 걸어가는 영상을 올리고
"이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나 보자"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현 정권을 비판해 온 한 유튜브 채널이 올리는 영상마다 노란 딱지가 붙자 '방송 테스트'라는 글씨만 나오는
영상을 올려봤다. 2분 만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이 채널은 "구글코리아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우리 영상에 무조건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정부 비판 유튜브 채널 중 13개가 이유도 모른 채 노란 딱지를 받고 있다며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구글코리아는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이 문제 영상을 1차로 걸러내고 사람이 다시 선별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송 테스트' 영상까지 걸러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어떤 기업이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나라다. 구글코리아의 노란 딱지는 의심을 살 만하다.
친정부 유튜버가 노란 딱지를 불평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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