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27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내년 환갑을 맞는 김준형(가명)씨는 전남 신안군 비금면 섬마을에 사는 소금 농사꾼이다.
김씨가 속한 염전조합에는 모두 19명의 소금 농사꾼이 있는데, 그중 김씨가 가장 젊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70대, 80대이다. 20대에 염전 일을 시작한 김씨가 소금밭을 지킨 지 40년이 다 돼 간다.
평생 짠물을 만지며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소금 농사가 힘든 적은 없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천일염 값은 20㎏짜리 한 포대에 2000원까지 떨어졌다.
천일염이 식품이 아닌 광물이었던 10여년 전만 해도 7000~8000원 정도였다.
일본 원전 사고 땐 시세가 최고였다. 햇소금은 1만5000원, 묵은 소금은 7만~8만원까지 치솟았다.
소금값이 좋았을 땐 부모님 뒤를 이어 소금 농사 짓겠다고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들어왔다.
천일염이 이젠 식품으로 분류돼 사정이 더 좋아질 거라며 투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외국산이 들어오고, 국내 소비가 줄면서 값이 떨어졌고 젊은이들은 다시 뭍으로 나갔다.
김씨는 올해 소금밭 6000여평에서 소득 3000여만원을 올렸다.
이 정도로는 그동안 기계 살 때 빌렸던 은행 대출금 이자도 갚기 어렵다.
최소한 한 포대에 4000원은 돼야 하는데…. 김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기계 가압류 경고장을 받았다.
젊은 사람 다 나가고 노인만 남은 동네에 요즘 태양광 개발업자들이 문지방 닳도록 드나든다.
소금밭을 팔거나 임대를 놓으라는 것이다. 이런 세태엔 정부의 태양광 정책이 한몫했다.
주민들 마음도 거의 그쪽으로 기울었다.
김씨가 속한 염전조합에서도 19명 중 16명이 결국 매도나 임대를 결정했다.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자는 이제 전국적으로 1000가구도 채 남지 않는다. 그중 70% 이상이 신안군 섬에 있는데
그중에 또 30~40% 정도는 태양광 발전업자에게 밭을 팔거나 임대계약을 했다고 한다.
한식의 기반인 장류와 김치, 젓갈 등 발효 음식은 모두 우리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사용한다.
수입 쌀로 밥 짓고, 수입 소금으로 담근 김치를 먹게 되는 날이 곧 올까 두렵다.
필자 이야기 : | ||
[잠깐! 이 저자] "섬 여행 17년… 그곳엔 이야기가 숨 쉬죠"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 여행》 김준씨 "동해 섬들이 시(詩)고, 남해 섬이 산문이라면 남도 섬은 소설입니다. 길게 저무는 해, 아득하게 넓은 갯벌에 씨줄과 날줄로 엮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지요."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간고등어 맛으로나 겨우 바다를 짐작하던 김준(47·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씨가 처음으로 섬을 접한 것은 서른 살 무렵이었다. 전남대 사회학과에서 어촌연구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이수하던 중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 갔다가 섬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물때(조류)를 시계 삼아 물질과 갯것(갯벌에서 나는 해산물)으로 생계를 잇고, 바다가 사나워지면 며칠이고 고립되는 섬의 삶이 역설적으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계획했던 어촌연구를 아예 섬 연구로 바꾼 후, 그는 지금까지 17년간 전국 150여 개의 섬을 돌아다녔다.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 여행》(Y브릭로드)은 낙월도, 칠산도, 청산도 등 덜 알려진 덕에 아직까지 섬 생활의 원형을 지닌 남도 33개 섬을 여행한 기록이다. 김준씨는 “17년 섬 여행을 통해 육지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섬 연구·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신안군 홍도는 태풍주의보만 내리면 몇 날 며칠 여자세상이 된다. 섬 안에는 배를 안전하게 댈 곳이 없어 남자들이 배를 몰아 뭍으로 피신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완성한 우이도, 신라의 장보고가 활동한 장도 등 저자의 17년 섬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기야뒤야 만경창파 무는 멸치 우리 배가 다잡으네~"로 시작하는 가거도 멸치잡이 대목에서는 바다 내음이 훅 끼친다. 섬에 늘 정겨운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록도에는 아이들과 생이별을 한 한센인 부모가 한 달에 한번 제 자식과 면회를 했다는 '수탄장(愁嘆場)'이 있고, 고하도 주민들은 목포대교 건설로 갯벌이 사라져 먹고살 일이 막막하다. 전남 여천군 소리도에서는 10년 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건 때문에 전복과 소라 양이 3분의 1로 줄었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기름 제거와 설움은 섬사람들 몫이 됐다. "섬은 조선시대 단골 유배지였고 지금까지 줄곧 개발논리에서 소외돼왔죠. 섬에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 바다를 두 번 건넙니다. 목포나 여수까지 가야 장례 치를 병원이 나오는 데다, 장례 후에는 시신이 섬에 묻혀야 하니까요. 육지 예식장에 결혼식을 잡아놨다가 당일 파도 때문에 친지들 발이 묶여 텅 빈 식장에서 결혼한 신랑·신부도 많지요. 공중목욕탕이나 서점은 사치고, 중학교 있는 섬도 드물어요." 양식이나 관광으로 돈 버는 섬을 제외하고, 남도 섬들은 계속 무인도화되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관광지로 소문이 난 섬은 외지인들 차지다. 그는 "돈벌이가 안 되는 섬에 주민들을 강제로 정착시킬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섬의 가치까지 잊히면 안 된다"고 했다. 섬은 바다에 묻힌 신약 성분이나 천연가스 등을 개발하기 위한 중요 기지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섬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자원 개발은커녕 육지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와 무분별한 대형간척사업을 막을 대책조차 없지요. 섬사람들이 육지에 피해의식을 가지는 것도 당연해요. 섬은 육지와 달라 육지의 논리를 대입하면 안 됩니다. 섬을 제대로 이해해야죠. 이 책은 그 첫걸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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