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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7] 커버드 브리지

바람아님 2019. 11. 28. 09:41

(조선일보 2019.11.28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다큐멘터리 촬영차 마을을 방문한 사진작가와 중년 부인의 러브 스토리.

1992년 출판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6000만부 이상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작품의 성공과 더불어 제목이자 배경이 되었던 '커버드 브리지(covered bridge)'가 주목을 받았다.

지붕이 덮여 있는 다리다〈사진〉.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이런 다리들은 대부분 19세기 중반에 세워졌다.

농부들이 작물과 가축을 이동시킬 때 개울을 넘기 위한 용도다.

주변의 나무들을 잘라 만든 모습은 기다란 헛간같이 생겨 매우 간결하다. 지붕을 덮은 이유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 많은 다리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확실한 건 과거가 만들었다는 것뿐이다.

오래전 어느 가을, 추수가 끝나고 마을의 농부들이 모여 다리를 만들었고 이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커버드 브리지


시골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은 다리와 관련된 여러 추억을 가지고 있다.

다리 안에서 아이들은 뛰어놀았고, 연인들은 키스를 했으며, 종종 청혼하는 장소로도 이용하였다.

한때 만 개 이상 지어졌던 커버드 브리지는 대부분 차도나 철교로 대체되어 현재는 1000여 개만 남아있다.

보통은 한적하고 외딴 길목에 위치해서 일반적인 도로에서 만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다리를 보기 위해서는 일부러 우회해서 찾아가야 한다.

지나가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이제는 목적지가 되었고 느린 여행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쌓이는 늦가을은 다리를 탐험하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과 맑은 햇빛, 약간의 쌀쌀한 바람을 느끼며 시골길에 걸쳐진 다리를 본다.

흐르는 개울물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함 속에 낙엽 밟는 소리가 크게 바삭거린다.

이런 평화로움 속에서 다리와의 교감을 즐긴다.

다리 끝에서 유입되는 환한 빛, 그 가운데 보이는 하얗고 작은 교회의 풍경에는 숨이 멎을 것 같다.

다리는 앞으로도 수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이 모습 그대로 방문객을 맞이해 줄 것이다.

우리의 특별한 방문에 다리는 풍경과 추억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