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日시민단체, 아시아·태평양 전역 '일본군 위안소 지도' 공개/[현장에서] 아우슈비츠 간 메르켈, 진주만 침묵 아베

바람아님 2019. 12. 9. 07:57

日시민단체, 아시아·태평양 전역 '일본군 위안소 지도' 공개


한국일보 2019.12.08. 15:16


일본군 성 노예 실태 알리려 10년간 자료 집대성

한ㆍ일 외 대만ㆍ베트남ㆍ필리핀 등 20여개국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wam)’이 7일 공개한 일본군 위안소 지도. wam 웹사이트 캡처


“위안소야말로 군에 의한 조직적인 성 노예이며, 다른 국가의 전시 성폭력과 다른 일본군 범죄의 특징이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아시아ㆍ태평양 전역에 퍼졌던 일본군 성 노예 실태를 알리기 위해 당시 위안소가 있었던 곳을 지도에 표기하고, 상세 증언과 기록 등을 10년에 걸쳐 집대성한 웹사이트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군 위안소 지도’ (https://wam-peace.org/ianjo/)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도는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 위치한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ㆍwam)’이 만들어 7일 공개한 것으로, 해당 자료관은 일본 비영리 법인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인권 기금’에서 운영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본군 성 노예 제도의 실태를 전하기 위한 초기 위안소 지도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에 의해 만들어져 여러 가지 버전으로 발전해왔다. wam은 지난 2005년 설립된 후 2008년부터 여성국제전범법정의 위안소 지도 근거 자료 등을 데이터화하기 시작했고, 2009년 이를 처음 ‘일본군 위안소 지도’라 명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지도는 wam이 이후 10년 간 새로 나온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 군인의 회고록, 공문서와 군 관련 자료, 연구자들의 조사 내용 등을 수집ㆍ반영한 버전이다. 이 지도에는 한국과 일본 외에도 대만, 베트남, 필리핀, 태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싱가포르, 미국령 괌 등 20여개 국가내 위안소가 설치됐던 지명들이 표시돼 있다. 각 지명을 누르면 해당 지역에서 이뤄진 범죄 관련 상세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wam 측은 “군에서 직영하거나 민간에 경영을 위탁, 또는 민간 성매매 시설을 군용으로 지정한 것 등 다양한 형태의 위안소가 있었지만 모두 일본군이 관리ㆍ감독했다”며 “위안소 외에 점령지와 전선에서 부대가 현지 여성을 감금하고 강간해 사실상 ‘강간소’라고 불러야 하는 곳도 있었고 특정 장교의 전용으로 뽑힌 여성도 있었는데,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일시적으로라도 다수의 일본군 장병 편의가 도모됐던 장소는 위안소로 기재했다”고 밝혔다.


wam은 향후 지속적으로 일본군 위안소 관련 제보를 받아 웹사이트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웹사이트를 접한 누리꾼들은 “일본내에서 이런 지도를 만드는데, 우리나라에 ‘돈 받았으면 됐지 왜 일본한테 뭐라고 해서 나라를 어지럽히냐’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씁쓸하다”(타****), “양심있는 일본 시민단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진실은 언젠가 다 밝혀질 것이다”(휘****)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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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아우슈비츠 간 메르켈, 진주만 침묵 아베

[중앙일보] 2019.12.09 00:0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6일(현지시각)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 세웠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죽음의 벽’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함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가 6일(현지시각)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 세웠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죽음의 벽’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함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엔 자박자박 하는 발자국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취임 후 처음 아우슈비츠를 찾은 것이었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선 이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였다. 둘은 유대인의 처형장소인 ‘죽음의 벽’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묵념을 했다. 폴란드와 독일 국기가 걸린 화환 2개가 나란히 놓였다.
 

메르켈, 유대인 재단 792억 기부
진주만 공습 78주년 일본은 딴판
야스쿠니 식당에 ‘가미카제 메뉴’

메르켈 총리가 이 곳을 찾은 건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서였다. 메르켈은 관련 자료와 유물을 보존하기 위한 기금에 6000만 유로(약 792억원)를 내놓았다. 감시탑과 희생자 신발 등 과거 독일 나치의 잔학행위를 상징하는 유물 보존에 거액의 독일 예산을 기부한 것이다. 이게 처음도 아니다. 10년 전 재단 설립 때도 독일 정부는 같은 금액인 6000만 유로를 기부한 바 있다.
 
희생된 유대인들의 사진 앞에서 메르켈은 연설했다. 그는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넘은 범죄 앞에서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라면서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도 했다.
 
반면 8일 태평양 전쟁의 발단이 된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78주년을 맞는 일본의 모습은 달랐다. NHK는 하와이 진주만에서 참전용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나 정치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움직임은 따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최근 문을 연 식당에서 팔고 있는 1000엔 짜리 닭고기덮밥. 가미카제 특공대 대원들을 돌봤던 식당 여주인 ‘도리하마 도메(鳥濱トメ)’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최근 문을 연 식당에서 팔고 있는 1000엔 짜리 닭고기덮밥. 가미카제 특공대 대원들을 돌봤던 식당 여주인 ‘도리하마 도메(鳥濱トメ)’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는 2016년 12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면서도, 전쟁을 일으킨데 대해 “잘못했다”는 사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요즘 일본에선 과거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위안부의 강제 연행과 관련해 일본군의 관여를 부정하는 움직임이나, 강제징용자를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로 표현하며 강제성을 희석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가 그렇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최근 식당 하나가 문을 열었다. 1000엔 짜리 닭고기덮밥이 가미카제 특공대 대원들을 돌봤던 식당 여주인 ‘도리하마 도메(鳥濱トメ)’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잔혹한 전쟁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전쟁과 희생을 미화하는데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가 1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돈을 누가 내고 안내고의 문제가 아니다. 역사를 제대로 인정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다. 해법을 찾지 못하는 건 한국과 일본이 바라보는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참혹한 역사의 현장인 아우슈비츠에서 “우리는 위험한 역사 수정주의를 목도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는 외국인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과 폴란드처럼 한국과 일본의 정치 지도자가 서대문 형무소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이는 날이 과연 올까. 한·일 두 나라 전후 세대들의 책임이 무겁다.
 
윤설영 도쿄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