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日本消息

[서소문 포럼] 한·일 외교 1차전이 남긴 것/한일, 2차 협의서도 평행선…WTO 법적공방 가능성 커져(종합)

바람아님 2019. 11. 20. 08:35

[서소문 포럼] 한·일 외교 1차전이 남긴 것


중앙일보 2019.11.19. 00:15

 

죽창가, 거북선 요란하게 외치다
아베 팔짱 끌어당겼을 때 승부 끝나
다가올 외교 2차전 전략 다시 짜라
김현기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나가미네 주한일본대사가 이달 26일 이한(離韓)한다. 택일의 배경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운명(23일 0시)을 지켜보고 떠나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실제 지소미아 파기라는 파국을 막기 위한 여러 물밑 노력이 있었다. 한·일, 한·미 당국 간에는 ‘조건부 유지’나 ‘일시 유예’ 등이 논의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두 번이나 극비리에 일본을 찾아 담판을 모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나카니시 일본 게이단렌 회장은 2주 전 도쿄에서 재계 차원의 해법을 구상했다. 미국은 국무부, 국방부를 총동원했다. 최종 결정까지는 아직 나흘이 남아있지만, 아마도 21일 NSC 회의 직후 ‘지소미아 파기’라는 최종 결정이 발표될 공산이 크다. 막판의 ‘아이디어 대방출’은 파국을 앞두고 한·미·일이 서로 “우린 끝까지 노력했어!”란 명분을 쌓은 것인지 모른다.


그럼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각자 할 말은 많겠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딱 두 사람 때문이다. 아베 일본 총리,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다.

서소문포럼 11/19
먼저 아베. 이달 초 오사카에선 ‘사천왕사 왓소축제’가 열렸다. 백제부터 조선통신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온 손님을 맞던 모습을 재현한 퍼레이드다. 1990년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주도해 만들어 30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국 정상은 매년 축사를 보냈다. 그런데 아베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을 내린 직후였던 지난해, 그리고 올해 축사를 보내지 않았다.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한마디로 한국이, 한국인이 기분 나쁘다는 얘기다. 아베는 내일(20일)이면 헌정사상 최장수 집권 총리(2886일)가 된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헌정사상 최소 도량 총리다. 참으로 속이 좁다. 하지만 버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정치원로나 국민들이 그런 아베를 보고 “우리 총리, 속 좁게 왜 그러신데요”라 일제히 몰아쳤다면 아베는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숫자를 보자. 아베 지지율은 44%(지난 10일 조사)다. 그런데 무역규제조치에 대한 일본인들의 지지율은 그 1.5배인 67%다. 바꿔 말하면 일본 국민이 아베를 지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한국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갖고 있단 얘기다.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다. ‘위안부 합의 취소 → 강제징용자 판결 → 양국 협의 방치 → 지소미아 연장 포기 발표’에 이르는 우책(愚策)의 누적치다. 난 우리 정부가 이 의미와 무게를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아베로선 ▶국민이 압도적으로 규제조치를 지지하고 있고 ▶언론과 재계도 뭐라 압박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야당까지 호의적인데, 이 조치를 거둬들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미국도 그걸 안다. 근데 우리만 있다고 봤다.


다음 문 대통령. 일본에 대한 초기 대응을 강경하게 주도한 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란 분석이 많았다. 일부는 맞고, 큰 틀에선 틀렸다. 가장 강경한 건 문 대통령이었다. 첫째 오판. 경제와 외교를 분리하지 못했다. 일본의 무역규제로 한국이 도덕적 우위에 있었는데,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전세를 스스로 역전시켰다. 되레 일본이 한국을 향해 “징용 해법을 가져오라”고 큰소리를 치게 됐다. 일본 뺨을 때리기는커녕 스스로의 눈을 찔렀다. 둘째, 미국 생각을 오판했다. 청와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지소미아를 들고나오니 이만큼이라도 미국이 나서게 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한다. 어이가 없다. 우리가 미국을 일본 편으로 확실히 돌리고 말았다. 미 국방장관과 동아태차관보가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북한과 중국에 이익을 줄 뿐”이라 한 것은 “지소미아를 건드렸으니 이제 한국을 북한과 중국 편으로 간주하겠다”란 선포와 다름없다. 항공모함인 미국과 일본을 고무보트처럼 다뤘다.


현 정부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미 한국은 일본과의 이번 외교 1차전에 완패했다. 아베는 팔짱 끼고 버티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아베 팔짱을 끌어당겨 11분 소파에 앉혔을 때 이미 승부는 끝이 났다. 죽창가다 거북선이다 하며 요란하게 선전포고만 했지, 스스로 제풀에 꺾이고 말았다. 배짱으로 될 줄 알았는데, 허장성세(虛張聲勢)였다. 외교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걸 이번에 깨달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곧 시작될 외교 2차전을 앞두고 깊이 새겨두길 바란다. 무능 외교의 유탄이 우리 국민과 기업에 날아올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김현기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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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2차 협의서도 평행선…WTO 법적공방 가능성 커져(종합)

한국경제2019.11.20 04:24

"서로 이해 폭은 깊어졌으나 기존 입장서 변화 없어"
"3차 협의 배제 않지만 가능성 크지 않아…협의 위한 협의 안해"
한일, 2차 협의서도 평행선…WTO 법적공방 가능성 커져(종합)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19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2차 양자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제소국인 한국이 WTO의 1심 절차인 무역분쟁기구(DSB)의 패널 설치를 요청,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 수석 대표인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일본과 협의 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오늘 협의 결과를 서울에 돌아가서 좀 더 평가한 뒤 패널 설치 요청을 포함한 대안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은 그간 두 차례에 걸쳐서 6시간씩 집중 협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조치와 입장에 대해 인식의 폭이 넓어졌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우리가 평가하기에 양측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협력관은 "우리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수출 통제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조치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이번 수출 규제가) 무역 제한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우리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으며 WTO 협정 사항에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차 양자 협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 된다"며 "협의를 위한 협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한국 정부가 패널 설치를 요청하기로 결정할 경우 그 시기를 묻는 말에 "먼저 패널 설치 요청을 할지부터 결정해야 한다"며 "(만일 패널 요청한다면) 신속성과 충실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협의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은 지소미아와 관련이 없다"며 "협의에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한일, 2차 협의서도 평행선…WTO 법적공방 가능성 커져(종합)

일본 측 수석 대표인 구로다 준이치로(黑田淳一郞) 경제산업성 통상기구부장은 한국보다 먼저 연 브리핑에서 "일본은 민생용으로 확인되고 군사 전용될 우려가 없는 것은 수출을 허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협의를 통해 사실 관계 등에 대한 상호 인식을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기존 주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부장 역시 지소미아에 대해서 "한일 모두 (협의 과정에서) 화제로 제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며 지난 9월 11일 일본을 WTO에 제소했다.

이후 양국은 WTO 무역 분쟁의 첫 단계인 당사국 간 양자 협의를 지난달 11일 처음 열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1차 협의 이후 한 달여 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었던 데다 2차 협의 직전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상이 "(수출 관리는) 타국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대화를 통한 해결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한일, 2차 협의서도 평행선…WTO 법적공방 가능성 커져(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