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9.12.31 00:29
#1.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는 대조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시진핑(習近平)주석에게 홍콩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투명성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일본의 권위지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24일자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전날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홍콩·위구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내정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에 관한 내용이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 표현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중국 언론 편을 들었다. 닛케이 보도에서 처럼 문 대통령으로선 인권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 없는 지도자로 찍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회담 나흘 뒤인 27일에야 우리의 입장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나마 브리핑이 아니라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진 내용으로,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알 수도 없다.
일본에 대해선 다르다. 24일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측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기 전 기자들을 퇴장시켰다는 ‘결례’ 논란에 우리 정부는 현장에서 유감을 전달했다.
일본의 권위지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24일자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전날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홍콩·위구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내정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에 관한 내용이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 표현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사실상 중국 언론 편을 들었다. 닛케이 보도에서 처럼 문 대통령으로선 인권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 없는 지도자로 찍혀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회담 나흘 뒤인 27일에야 우리의 입장을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나마 브리핑이 아니라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진 내용으로, 중국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는 알 수도 없다.
일본에 대해선 다르다. 24일 한·일 정상회담 때 일본측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기 전 기자들을 퇴장시켰다는 ‘결례’ 논란에 우리 정부는 현장에서 유감을 전달했다.
#2.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러한 입장을 일본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다.”
지난 8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종료를 선언한 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한 말이다. 외교 분야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실명을 내걸고 공격적인 브리핑에 나선 것도, 중요한 외교 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자존심 훼손’을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자존심의 외교적 재발견이라고 할까. 일본을 상대로만 자주 소환되는 문재인 정부의 ‘자존심’은 중국보다 더 큰 구멍이 하나 있다.
정부와 문 대통령을 향해 “또 다시 조미(북미)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 보려 주제 넘게 설쳐대고 있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는 북한이다.
한국 국민들에 대한 이 모욕적 언사들에 이 정부가 북한에 직접 똑부러지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상대에 따라, 이해에 따라 흔들릴 자존심이라면 외교 무대에선 아예 입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덜 창피하겠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지난 8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종료를 선언한 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한 말이다. 외교 분야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실명을 내걸고 공격적인 브리핑에 나선 것도, 중요한 외교 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자존심 훼손’을 거론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자존심의 외교적 재발견이라고 할까. 일본을 상대로만 자주 소환되는 문재인 정부의 ‘자존심’은 중국보다 더 큰 구멍이 하나 있다.
정부와 문 대통령을 향해 “또 다시 조미(북미)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 보려 주제 넘게 설쳐대고 있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하늘을 보고 크게 웃을) 노릇”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는 북한이다.
한국 국민들에 대한 이 모욕적 언사들에 이 정부가 북한에 직접 똑부러지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상대에 따라, 이해에 따라 흔들릴 자존심이라면 외교 무대에선 아예 입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덜 창피하겠다.
서승욱 도쿄총국장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럼>북한 조직지도부와 유사한 공수처 (0) | 2020.01.03 |
---|---|
[朝鮮칼럼 The Column] 문 대통령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0) | 2020.01.02 |
윤석열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 왜곡하면 엄정 대응" (0) | 2019.12.31 |
[박제균 칼럼]좌파 장기집권의 ‘엔드 게임’ (0) | 2019.12.31 |
[김세형 칼럼] 월성1호기 폐쇄 누가 배후농단했나 (0) | 201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