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朝鮮칼럼 The Column] 문 대통령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바람아님 2020. 1. 2. 08:49

(조선일보 2019.12.30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일본화(Japanization)' 저자)


미·중 무역전쟁 유탄 가장 강하게 맞은 한국, 새해에 더 어려울 수 있어
규제 제거, 경쟁력 강화 등 개혁 모멘텀 기회… 내년이 마지막일 것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일본화(Japanization)' 저자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일본화(Japanization)' 저자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무역 전쟁의 진짜 타깃은 아니다. 당연히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유탄을 맞은 나라는 없다.

내년 한 해 글로벌 무역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더 강화될 개연성이 높다.

반면 한국 경제는 수년간 정책 난맥으로 인해 취약한 상태로 2020년을 맞는다.


새해가 밝으면 트럼프 리스크는 수차례 아시아를 강타할 수 있다.

트럼프가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협정의 초반 평점은 낮다.

중국의 500억달러어치 미 농산물 구매를 위해 세계 2강 경제 대국이 2년 가까이 전쟁을 벌인 건 아니다.

트럼프는 만약 다른 미국 대통령이었으면 얻었을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리얼리티 TV 쇼를 진행했던 트럼프의 전력에 비춰보면, 이런 나쁜 평점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마찬가지다.

미·일 양자 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얻은 것은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잔류했을 때 얻을 수 있던 것보다

나을 게 없다. 탄핵 절차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와 내년 11월 재선 전망에 대한 우려는 이런 나쁜 평점으로 더 악화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둔화되고 있고, 선거의 해여서 미 의회와도 충돌할 것이다.

이런 트럼프에게 남는 카드는 하나다. 글로벌 무역 때리기다.


중국은 트럼프가 '2단계 무역 협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때 그런 불안을 느낄 것이다.

물론 시진핑은 '주식회사 중국'의 작동법을 바꾸는 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제조 2025'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중국 대표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역시 트럼프와 2단계 협상을 추진할 때 그의 분노를 느낄지 모른다.


한국은 트럼프 때문에 세 가지 곤경을 당할 수 있다.

첫째, 트럼프는 모든 수입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재부과하겠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트럼프가 달러화를 절하하려고 할 때마다 한국 수출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셋째,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사랑'이 지저분하게 끝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예전의 대치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한국 주가와 채권 가격은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런 여건에서 2020년을 맞는 한국의 내부 사정은 취약하다.

문재인 정부가 왜 아시아에서 넷째로 큰 경제가 무역 전쟁에 그토록 취약한지 의아해한다면, 반드시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전임자인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은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성장 혜택을 넓히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각론과 우선순위에서 다르긴 했지만,

관통하는 줄기는 수출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이는 것이었다.

한국의 전통적 수출 중시 정책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리먼 쇼크 때 벽에 부딪혔다.

지금은 무역 전쟁의 낙진이 널리 퍼지고 있다.


고비마다 열쇠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였다.

재벌 주도 경제가 한국이 세계 12위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의 글로벌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테크 유니콘에 목말라야 하고,

이는 바닥부터 샘솟는 경제 에너지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다.


한국에선 수출이 여전히 성장의 중심에 있다. 지난 1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4.3% 떨어져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로 인해 올 1~9월 경제성장률은 1.9%로 전년 2.6%에 비해 떨어졌고, 문 정부는 지난 2008~2009년 경제 위기 이후

가장 공격적으로 재정을 풀었다.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개혁을 하지 않고

단기 부양책을 앞세운 지난 11년간의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문 대통령에게는 아직 물길을 돌릴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2022년5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긴다면 개혁의 모멘텀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기업가들을 가로막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세금 유인책을 제시하고, 20대들이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제거하는

단계별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여성들에게 힘을 주는 정책이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

트럼프의 미국보다 더 신뢰할 만한 경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중·일과 무너진 외교 담장을 보수하고, 11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그룹에 서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만의 업적을 세우려고 한다면 내년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