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2.31 정준영 기자)
"이해관계, 당장의 유불리 떠나 바른 길 가야"
신년사 통해 공수처법 국회 통과 후 첫 메시지
"부정부패 대응 역량 약화 없도록 최선다하자"
중단 없는 개혁 약속..."檢정당한 소신 지킨다"
윤석열 검찰총장./조선DB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31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선거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 내부 구성원들을 향해 선거범죄에 대한 대비태세를
당부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현재 검찰 수사와도 무관치 않다.
윤 총장은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라면서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 전문을 인용하며 "어떤 사사로운 이해관계도, 당장의 유·불리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검찰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여당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등 나머지 검찰개혁 법안들도 조만간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윤 총장은 "올해도 검찰 안팎의 여건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직자는 주어진 상황이 어떠하든,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책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되나,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중단 없는 검찰 개혁도 다짐했다.
윤 총장은 "그간의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관행과 문화를 헌법과 국민의 관점에서 되돌아보며,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민을 위한 변화의 노력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는 말로 신년사를 맺었다.
다음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년사 전문.
Ⅰ 검찰가족 여러분! 무거운 부담을 나누었습니다. Ⅱ 저는 작년 7월, 여러분 앞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일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과감하고 능동적인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로 중단 없는 개혁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Ⅲ 제도적인 개혁과 함께, 정치, 경제 분야를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불공정에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나 공판 역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국민이 검찰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자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검찰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금품선거, 거짓말선거,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선거범죄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선거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엄정 대응한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애인 등 약자를 노리는 강력범죄,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신종 경제범죄에 단호히 대처해야 합니다.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강자의 횡포를 막아내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검찰 본연의 소임에 모자람이 없도록 합시다. Ⅳ 검찰가족 여러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항상 비례와 균형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잘 살펴서 검찰의 역량을 모으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한정된 역량을 올바르게 배분하지 못한다면, ‘과잉수사’ 아니면 ‘부실수사’라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일은 덜어내고, 구성원들이 고르게 일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다함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Ⅴ 사랑하고 존경하는 검찰가족 여러분! 그러나, 부정부패와 민생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검찰로서 최선을 다합시다.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2020년 1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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