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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월성1호기 폐쇄 누가 배후농단했나

바람아님 2019. 12. 29. 08:44
매일경제 2019.12.27. 06:03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세형 칼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에 사망선고를 내린 배후엔 뭔가 농단 세력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원안위(原安委)를 개최한다고 일주일 전에 안건들이 내려왔을 때는 분명 월성 1호 폐기 건은 들어 있지 않았다. 17일 3개의 시시한 안건만 내려왔는데 이틀이 지나 19일 느닷없이 월성 1호기 폐기 건이 상장됐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한 원안위원은 "누군가 막후에서 조종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원래 월성 1호기는 안전성·경제성에 다 문제가 없다며 수명 40년이 되는 2022년까지 가동하고 그후 또 판정을 받아 미국처럼 얼마든지 더 연장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면 연간 2000억~3000억원, 총 1조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미국은 원전 98기(한국은 24기) 가운데 88기가 수명 40년을 넘어 60년으로 연장받았으며 그 가운데 2기는 올해 말 80년까지 연장받았다.


월성 1호기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는 그런 경로로 순항하고 있었다. 원래 30년 수명으로 설계한 것이므로 1983년 4월 가동에 들어간 이후 2009년 한전연구원에서 "경제성 있다"는 판정을 받고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를 했다. 그후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으로 "경제성 있다"는 판정을 또 받아 2022년까지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가동돼 왔다. 그러던 중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한 달 만에 탈원전을 선언하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이념이 맞지 않은 이관섭을 자르고 정재훈으로 교체(2018년 4월)했다. 정 사장은 취임 두 달 만인 2018년 6월 14일 느닷없이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고 의견을 바꿨는데 참으로 석연치 않다. 바꾸면서 나중에 뒤집히면 손해를 청구할 보험까지 들었다. 경제성 평가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경제성 있다"는 부분에 점수를 많이 준 것으로 돼 있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가동률이 6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봤는데 현재 월성 2호기가 87%, 3호기가 91%로 가동 중이고 월성 1호기도 7000억원을 들여 말끔히 수리해 100% 가동도 가능하다는 게 주한규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캐나다에서 월성 1호기와 동종이지만 더 오래 가동되고 있는 게 8기나 된다. 한수원은 2019년 2월 말 원안위에 영구폐쇄를 신청했다. 국회는 이사회 폐쇄 결정에 배임 혐의가 있다 하여 문희상 국회의장 명으로 감사청구를 한 게 9월 30일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아직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누구의 독촉을 받는 것인지 10월, 11월 두 번에 걸쳐 월성 1호기 폐쇄를 안건에 올렸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하자는 원안위원들의 이의 제기에 밀려 부결됐다. 누군가 막후에서 기어이 연내로 끝내라고 독촉한 듯 엄 위원장은 처음엔 안건에도 없던 것을 꼼수로 올려 세 번째로 해치우고 말았다. 국회에선 야당이 좌파독재라고 비난하는 연동제선거법, 공수처법을 기어이 연내에 해치우는 것과 누군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여기서 원안위 구성의 면면을 알게 되면 국민은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원안위 하면 위원장부터가 핵공학 박사이고 총 9명의 위원도 원자력 전문가가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기야 역대 원안위원장인 강창순·이은철·강정민 씨 등이 원자핵공학 박사였다. 그런대 현재 엄 위원장은 사회복지학과(인문)를 나와 과기처에 근무하던 평범한 공무원 출신이고 진짜 핵 관련 전문가는 이병령 박사 한 명인데 이번에 강력 반대의견을 냈다. 야당이 추천한 이경우 서울대 교수도 반대였고 나머지 7명 중 바른미래당 추천 몫은 공석, 변호사 1명은 과거 원자력 관련 소송에서 반대 측에 선 경력 때문에 이번 의결에 불참하고 찬성한 나머지 4명은 공무원 2명, 사무처장 등 그야말로 공대 출신조차 아니었다. 원전을 싫어한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한다.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정지가 표결로 확정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112회 전체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1월 13일 월성 1호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전은 발전단가 면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에 비해 2배 이상 싸고 먼지도 없는 클린 에너지일뿐더러 아직 기술력이 달리는 대체에너지(태양광·풍력)에 비해서는 최대 5배나 싸다.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중병을 앓자 프랑스 영국 대만 스웨덴 등 여러 나라가 원전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원전 확대로 돌아선 게 2019년, 올해다.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공사할 것인지 공론화위원회에 부쳤을 때도 '계속 공사'를 밝혀 공론위가 탈원전 판정을 내렸다는 주장은 엉터리다.

미국도 체르노빌(1987년) 원전 사고 이후 드디어 새로운 원전을 건설 중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한동안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가 2019년을 기점으로 원전 고(go)를 외치는데 한국 좌파만 거꾸로 가고 있다. 이 문제는 반드시 국정농단 차원에서 훗날 다뤄 법을 어긴 사람들에겐 추상같은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후쿠시마, 체르노빌 예를 들어 한국도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한마디로 공부도 싫어하고 똥고집만 피우는 무식의 소치다.


한국형 원전을 개발·발전시키고 이번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 폐쇄에 반대표를 던진 이병령 박사에 따르면 체르노빌, 후쿠시마는 비등수형 원전이지만 한국형은 가압수형으로 똑같은 사고가 나도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폭발하지 않고 그냥 물이 돼버리는 방식이다. 이런 월성 1호기의 존폐 문제를 놓고 원안위는 안정성을 따로 테스트하거나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안 하고 폐기로 다수를 점한 정부 임명 원안위원들의 구성에 그냥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였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판도라 영화를 본 다음 위험하다는 선입견으로 '폐쇄'를 엄명한 뒤 불독 고집으로 밀어붙이면서 이런 사달이 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전에는 원전 반대 입장이었다가 나중에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두 대통령 모두 나란히 4기씩 신규 건설 착공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자동차나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전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35년이 되면 발전량의 절반은 이 분야로 갈 것이라고 홍원표 삼성SDS 대표는 전망했다. 이런 발전 추세도 모르는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문 대통령에게 "전력기본 수급계획에 의해 결정된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만은 재고해달라"고 하자 "전기가 모자라지 않잖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과 미세먼지 대책회의를 하면서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제 탈원전을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질문을 하니 "공론위의 심의를 거쳤고 유럽연합(EU) 등 세계적으로 원자력 축소가 대세"라고 답변하더라고 한다. 낡은 축음기를 듣는 것 같다. 진실은 이렇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시민참여단 설문조사에서 원전 비중 축소가 유지 확대보다 8% 높게 나왔다며 이를 탈원전이 공론위 결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견강부회다. 당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여부가 핵심이었고 시민단의 지지는 "재개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공론화 결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류다.


상황은 늘 변하는 것이며 기술발전으로 과거에 못하는 것도 지금은 하는 시대다. 한국의 신형 원전 APR1400은 미국원자력기술위원회에서 설계 인증을 취득할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생각을 바꿔 국내 신한울 3·4호기도 착공하기로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해외 마케팅에도 적극 나서는 게 국가 리더로서 책무일 것이다. 원전을 좌파 이념적으로 반대하느라 석탄, LPG 발전을 늘려 CO2를 뿜어대며 전기료 인상 요인은 생기고 미세먼지, 대기온실효과 등으로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다.


기존 원전은 천천히 줄이고 현재도 신고리 5·6호기 등을 짓고 있으므로 탈원전이 아니고 에너지 전환이라 이름을 교묘히 바꿔서 속임수를 펴는데 전형적인 좌파의 말장난일 뿐이다. 신한울 3·4호 신규 착공을 하지 않아 두산중공업이 죽고 서울대,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가 폐과를 한 상황이다.

월성 1호기는 폐쇄가 옳은지 과학적 검증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삼덕회계법인이 아닌 삼일회계법인이나 KPMG 등 일류 펌에서 검증하고 원안위가 평가 능력이 없으면 과거 천안함처럼 미국 영국 등 세계적인 기관의 시험도 거쳐야 할 것이다. 또 배후에서 농단을 부리는 세력이 누구였는지 추후 검찰조사 등을 통해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이다.


[김세형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