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팝송깨나 들었다면 'In the Year 2525(2525년에는)'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1969년 여름 장장 6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지킨 노래다. 2525년에 시작해 1010년 간격으로 3535년, 4545년 등에 관해 예측하다가 7510년과 8510년을 거쳐 9595년에 이르면 "이 늙은 지구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앗아가곤 하나도 되돌려주지 않는 인간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 가히 미래학 주제가로서 손색없어 보인다.
현재의 경향을 분석해 변화 방향을 예측하는 학문인 미래학은 종종 공상과학 소설에 연루돼 신빙성을 의심받지만, 최근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과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 Y2K'로 뒤숭숭하던 지난 세기말, 진화학자라서 늘 과거를 뒤돌아보며 사는 내게도 미래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다. 2020년은 당시 우리가 설정한 주된 미래 시점이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며 미래 시점으로 잡은 2020년이 차츰 코앞으로 다가오자 나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거꾸로 시대 경향을 짚어 보기로 했다. 모두 여섯 꼭지로 정리했다. '기후변화 시대' '고령화 시대' '여성 시대' '자원 고갈 시대'와 모든 게 경계를 허물고 섞이는 '혼화(混和) 시대', 그리고 '창의와 혁신 시대'. 최근 나는 이 목록에 '불확정성 시대'를 보탰다. 4차 산업혁명이 드리우는 미래는 실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반세기 전 한국미래학회를 설립한 고(故) 이한빈 교수의 생활 신조는 "적어도 30년을 내다보며 살라"였다. 1985년에 나와 전설이 된 영화 'Back to the Future'의 제목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그토록 그리던 2020년이 바로 내일 열린다. Back to 2020! 미래가 과연 우리가 예측한 대로 펼쳐졌는지 살펴보고, 이제 2050년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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