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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정면돌파 택한 김정은, '사망설' 김경희까지 등장시켰다/태영호 “北 주민들도 놀랄 김경희 등장…김정은 다운 꼼수”

바람아님 2020. 1. 28. 09:19

대미 정면돌파 택한 김정은, '사망설' 김경희까지 등장시켰다

[중앙일보] 2020.01.27 15: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설주 여사,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네번째)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왼쪽부터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위원장,이설주 여사,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74) 노동당 전 비서가 남편인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2013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년 만에 김경희 등판시킨 노림수 뭘까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삼지연 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수행한 간부 중 최용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다음으로 김 전 비서를 호명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전 비서는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김 위원장·이설주 부부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사이에 앉았다.
  
김 전 비서는 2013년 9월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한 뒤 그해 12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후로 종적을 감췄다. 미국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독살을 지시했다고 2015년 보도하는 등 그의 신변을 두고 숙청, 자살 등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날 등장으로 각종 사망설을 일거에 잠재웠다.
 

‘백두혈통’ 단합으로 미국 정면돌파 

김 위원장이 김 전 비서를 6년여 만에 내세운 배경을 두곤 미국과 정면 돌파를 선언한 상황에서 ‘백두혈통’의 단합된 모습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차원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대화·평화 공세로 돌아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탈피하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김 위원장이 직접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는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재 완화는커녕 제재는 되레 늘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재 장기화로 정치·경제적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희까지 동원해 체재 결속과 주민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한에선 주민 대상으로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정신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을 돌파하자는 사상교육이 진행 중으로 안다”며 “김일성의 딸 김경희의 등장은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 향수를 일으키는 한편, 김씨 일가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6년여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세번째).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6년여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왼쪽 세번째).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김여정과 상의해 고모 은둔생활 종료 결정”  

김 위원장이 정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 김 전 비서의 공개활동을 결정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탈북자 출신인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장성택에 대한 청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김 전 비서가 외부활동에 나서도 무방하다는 판단을 김 위원장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권 9년 차 안정된 기반 속에서 여동생 김여정과 상의해 고모를 배려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다.[연합뉴스]

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부다.[연합뉴스]

 
이와 관련 정보 당국은 김 전 비서가 평양 근교에서 신병치료 중인 것으로 근황을 파악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또 다른 백두혈통인 김평일 체코주재 북한 대사를 소환한 것도 김 위원장이 김씨 일가의 좌장으로서 집안을 추스르는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 일가의 근황은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은 그의 재등장에 매우 놀라며 반길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자신의 우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전의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중앙포토]

생전의 장성택 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중앙포토]

 
김 전 비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고령이고, 당 직책도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들은 대내외 메시지가 필요한 공개행사에 김 전 비서가 얼굴을 비치며 김 위원장 행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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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 주민들도 놀랄 김경희 등장…김정은 다운 꼼수”

[중앙일보] 2020.01.27 11:23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를 6년 만에 등장시킨 것은 ‘홀로서기’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지난 2013년 남편 장성택 처형과 함께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김경희가 실제로는 막후에서 김 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김경희의 등장은 후견 정치의 종말 선언, 김정은의 홀로서기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김경희의 등장을 통해 “장성택 일당의 숙청은 김경희가 발기하고 주도는 김정은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펼쳤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과 북한 간부들을 이어주는 인전대인 김경희와 장성택을 동시에 친다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엄청난 정치적 도박”이라며 “김경희의 발기나 묵인, 혹은 적극적인 지지가 없이 장성택 숙청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택 일당이 숙청되면서 반비례적으로 김경희 라인은 더 승진했다”고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김경희 등장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충격일 것”이라면서 그가 갑자기 외부에 등장한 배경에는 건강 관련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6년간 김경희가 김정은 뒤에서 최고위급들을 관리하고 막후 후견인 역할을 해 왔다고 가정하면, 김경희를 갑자기 등장시킨 원인은 김경희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만일 김경희가 갑자기 죽는다면 김정은은 영원히 고모를 독살했다는 누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 빨리 북한사회에 고모의 건재감을 보여줘 고모부를 처형한 장본인은 자신이 아닌 고모의 결심이었으며 자신은 이를 이행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장기집권에서 오명으로 남아있을 ‘김경희 독살설’을 털어버리고 고모부 처형 책임을 고모에게 넘기는 김정은 다운 ‘묘수’이자 ‘꼼수’”라고 덧붙였다.
 
김경희의 등장이 향후 북한 정책에 미칠 영향도 예측했다. 
 
태 전 공사는 “앞으로 김경희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면 향후 북한 정치 발전의 행방을 예측해 볼 수 있다”며 “김경희는 북한에서 ‘혁명의 2세대’, 한국식으로는 꼰대, 수구세력, 이념파, 강경파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두 번 있던 당 전원회의를 계기로 김경희 라인의 많은 간부가 집으로 들어갔다. 김경희 라인은 대부분이 70·80대로 김경희보다 조금 위거나 동년배들”이라며 “지금 북한 권력서열에서 70대도 찾아보기 힘들다. 몇 년 내로 70대가 다 들어가고 60대가 차지하게 되면 김정은과 간부들 사이의 나이 격차가 30년으로 좁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꼰대, 수구세력이 빠지고 김경희의 입김도 빠지면 김정은, 김여정 등 김씨 일가 3대가 독자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정책에서 탄력성과 동시에 혼란도 동시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향후 김정은의 고민은 생리적 변화로 들어설 소장파, 실용파와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관리하는가”라며 “공산주의체제는 단번 혁명을 통해 변혁되기 힘들다. 세대교체를 통해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들이 생기고 개혁이 진행되는 와중에 통제력을 잃으면 체제 전환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역사”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체제가 이미 실패한 체제라는 것을 모르는 북한 사람은 없다”며 “지난해 12월 김정은이 북한 군단장들을 백두산에 데리고 가 향후 북한의 운명은 혁명의 대를 어떻게 이어놓는가에 달려 있다고 우는 소리를 한 것도 다 이러한 이유와 관련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강경정치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소장파가 좌쪽 신호등을 켜고 경적은 요란하게 울리면서 실지로는 우측으로 핸들을 서서히 돌리지 않는지 눈여겨보아야 한다”며 “수구와 이념은 퇴직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소장파가 점차 권력을 잡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생리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그러면서 “통일은 다가오고 있다. 향후 10년 혹은 20년 내에 큰 일이 일어난다”며 “지금부터 적극적인 대비와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