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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7] 샤이놀라 브랜드

바람아님 2020. 2. 6. 09:51

(조선일보 2020.02.06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샤이놀라 매장 사진'샤이놀라(Shinola)'는 뉴욕주에서 탄생한 구두약 상표다. 1960년대 사라진

이 상품은 2011년 디트로이트에서 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부활했다.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이 된 시대에 '미국산 제품'이라는 가치를 내세웠고,

이를 위하여 과거 소비자들에게 친숙했던 미국의 상표를 산 것이다.

그 배경에는 '중국산이 5달러, 미국산이 10달러면 디트로이트산은

15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디트로이트가 어떤 도시인가?

한때 자동차 '빅3'와 더불어 가구의 '빅3'라고 하는 허먼 밀러, 놀,

스틸케이스가 건재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도시 파산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는

불명예와 함께 몰락했다. 그 와중에 샤이놀라는 과거 제너럴 모터스의 연구동 건물에 본사를 두고 디트로이트의

명성을 부활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1960년대 이후에 변변한 시계 하나 만들지 못했던 미국에 대표 시계 브랜드가 생겼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고, 빌 클린턴, 벤 애플렉 등의 열혈 팬들도 생겼다.


샤이놀라는 10년이 채 되지 않은 작은 기업이지만 전국에 매장〈사진〉을 늘리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그간 수백 명의 고용도 창출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은 노동자 중 다수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자동차 대시보드를 만들던 기술자들이 지금은 손목시계의 유리를 제작·조립하고 있다.

시계로부터 탄력을 받은 샤이놀라는 자전거, 가죽 제품 등으로 생산 라인을 넓혀 가고 있다.

모두 꼼꼼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공교롭게도 '광택'을 중요시하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성공의 배경에는 장인 정신과 질감, 빈티지와 스토리 등 현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장치가 숨어 있다.

몰락한 도시에서의 산업 재생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정치 슬로건과 병행하는 점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샤이놀라는 구두약을 지칭하던 원래 상표의 이름처럼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를 '샤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