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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6] 호텔의 향기 마케팅

바람아님 2020. 1. 30. 14:45

(조선일보 2020.01.30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곁을 스치는 행인에게서 간혹 흔하지 않은 좋은 향기를 맡게 되는 경험이 있다.

차별화된 향수 때문이다.

'향수를 입는다'는 영어 표현처럼 향수는 패션의 일부이고 향수 없이는 패션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의 몸에 뿌리는 향수의 영역이 근래에는 건축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선두에 몇 도시의 특급 호텔들이 있다.

과거 헤밍웨이가 장기간 머물렀던 바르셀로나의 마제스틱 호텔은 몇 해 전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호텔만의 향기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프로젝트를 맡은 향수 전문가 실비 건터(Sylvie Ganter)는 지역성을 주제로 세이지 허브와

무화과 잎, 레몬이 결합된 호텔만의 특별한 향을 창조했다.

이 호텔은 이제 그 역사와 함께 지중해의 향기로 투숙객을 맞이한다.

파리의 코스트 호텔은 로비에서부터 나폴레옹 스타일의 어두운 색채만큼이나 깊고 진한 향기가 풍긴다.

향수 제조가 올리비아 자코베티(Olivia Giacobetti)는 산딸기와 럼주, 꿀과 나무를 조합한 향기를

호텔에서 전시·판매하는 향수와 양초에 입혔다〈사진〉.

유명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의 화려한 인테리어와 더불어 방문객들의 기억에 오랜 여운을 남기는 요소다.

향기 마케팅의 원조는 뉴욕의 칼라일 호텔.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 왕자와 공주들을 맞이했고, 재클린 케네디와 오드리 헵번이 우연히 만나 서로 소개하고

담소를 나누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이 호텔의 인테리어는 페미니스트로 유명했던 여류 실내장식가 도로시 드레이퍼

(Dorothy Draper)가 꾸몄는데, 로비는 항상 카사블랑카 백합만으로 장식함으로써 지난 몇십 년간 백합의 향기를 독점했다.


향수 제조가 올리비아 자코베티(Olivia Giacobetti)는 산딸기와 럼주, 꿀과 나무를 조합한 향기를 호텔에서 전시·판매하는 향수와 양초에 입혔다


호텔 로비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풍기는 향기는 특별한 환영의 메시지다. 투숙의 만족도도 높여 준다.

심지어 객실에 비치된 비누나 샴푸, 또는 구입한 양초를 집에 와서 사용할 때 그 은은한 향기와 함께

그 호텔의 기억이 살아나기도 한다.

향기로 기억되는 흔하지 않은 공간의 이미지는 많은 호텔이 베끼고 싶어 하는 고품격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