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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8] 허시 초콜릿 파크

바람아님 2020. 2. 13. 22:27

 (조선일보 2020.02.13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초콜릿의 재료인 코코아(Theobroma Cocoa)의 학명은 '신의 음식'이라는 뜻이다.

만드는 과정은 청국장과 꽤 유사하다.

열대지방의 코코아나무에서 콩을 채집하고 5~6일간 발효시킨 후 햇볕에 잘 건조하는 일이 시작이다.

우유, 설탕, 소금, 땅콩 등의 자연 재료들과 잘 어울려 다양한 상품을 만들기도 수월하다.

초콜릿은 원래 19세기 유럽의 고급 살롱에서 상류층들이 즐기던 기호품으로, 그 레시피는 비밀에 부쳐졌었다.

1894년 미국의 사업가였던 밀턴 허시(Milton S. Hershey)는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했고,

재료 확보와 대량생산, 전국 배송을 가능하게 만들어 대중화에 성공했다.

커다란 눈물방울 모양의 '키세스(Kisses)'는 하루에 8000만 개가 팔리는 허시의 대표 상품이다.

초콜릿 액체가 물방울 모양 철 주형에 떨어질 때 나는 경쾌한 소리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얇은 초미니 깃발을 당기면 살며시 열리는 은박지는 포장 디자인의 백미다.

'리세스 피시스(Reese's Pieces)'는 허시의 또 다른 히트 상품. 1982년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영화 '이티 (E.T.)'에서 소년이 이 초콜릿을 건네는 장면 하나로 엄청난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허시 초콜릿 파크


1903년 허시는 펜실베이니아의 푸른 목초지에 공장을 세웠다〈사진〉.

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자라는 인근 목장들에서 매일 새벽 100만 파운드의 우유가 이곳으로 배달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초콜릿 공장과 함께 이곳에는 테마파크, 동물원, 호텔, 공연장, 장미 정원, 박물관 등의 시설이 있다.

'지구에서 제일 달콤한 곳'이자 미국의 테마파크 중에서 가장 푸른 녹지를 갖춘 곳이다.

창업자 허시는 또한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시설과 가난한 결손 가정 학생들을 위한 사립학교도 세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었다.

가로등이 모두 키세스 초콜릿 모양으로 만들어진 허시 마을에 들어서면 바람을 타고 초콜릿 향기가 풍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이라는 초콜릿. 내일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 한 조각이면 충분히 달콤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