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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1] 재채기로부터의 방어

바람아님 2020. 3. 5. 12:53

(조선일보 2020.03.05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뉴욕시의 식당 위생 검열은 철저하다.

칼을 고여 있는 물에 담가 놓으면 위반이고, 야채·생선·고기를 써는 도마는 분리해서 사용해야 하며,

맨바닥에 식재료 박스를 놓아도 안 된다. 위생 교육 이수 자격증과 격주로 실시하는 방역 증명, 소방 검열 증명도 실내에

부착해야 한다. 규칙은 수백 가지나 된다. 검열은 불시에 나오고, 위생 상태에 따라서 A·B·C 등급과 벌금이 부과된다.

이 표시는 식당 정문 입구에 붙여서 고객들이 항시 볼 수 있어야 한다. 점수가 나쁘면 개선될 때까지 영업을 중지시키는

경우도 있다.

주방에 돌아다니는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풀어놓거나, 사용하던 행주로 파리를 때려잡는 풍경이 목격되는

차이나타운에는 B·C 등급 식당이 많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없어 간혹 오이지 표면의 골마지를 곰팡이라고 지적하고,

일식당에서 스시를 만들 때 일회용 장갑 착용을 강요하는 등의 해프닝도 생긴다.

식당 주인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고, 시(市)의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평소에 위생을 지키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스니즈 가드

스니즈 가드


위생법 중 한 가지는 스니즈 가드〈사진〉 의무 설치다.

재채기를 뜻하는 '스니즈(sneeze)'를 '막는(guard)' 구조물인데, 1959년 미국에서 조니 가르너(Johnny Garneau)가

처음 고안해서 특허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가까이 냄새 맡던 손님의 콧물이 음식 위로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엔지니어와 의논한 끝에 이를 개발했다.

그리하여 시속 65㎞로 상당한 거리를 비행하는 재채기에서 음식을 보호할 수 있었다.

스니즈 가드는 셀프서비스가 특히 많은 미국 식당들로 빠르게 번져나갔고, 1962년 FDA에 의해 설치가 법으로 강제되었다.

이 법규로 식당 위생 수준은 크게 업그레이드되었다.

우리나라의 뷔페식당이나 베이커리에서 음식과 빵들이 노출되어 진열된 장면은 걱정스럽다.

도시의 위생과 환경 시스템이 거시적 구도라면 스니즈 가드와 같은 위생의 기본 장치는 미시적인 밑그림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4/2020030404069.html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 기사 돈키호테
(조선일보 2020.02.20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스페인 라만차의 풍차역사상 가장 유명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다.

둘째로 유명한 극작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은 '돈키호테'다. 역시 둘째로 유명한 소설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1605년 세르반테스에 의해 탄생한 돈키호테.

괴물이나 기사, 왕국과 같은 은유에 독창적 발상이 더해진 이 모험담은

엉뚱함과 아이러니, 과장과 유머의 상징으로 수백년간 전해져 왔다.

회화·뮤지컬·영화로도 계속 만들어지고, 슈트라우스의 교향시로도

작곡되었으며, 밍쿠스의 발레 작품으로도 자주 공연되는 레퍼토리다.

방대한 분량 때문에 사실 완독한 독자는 많지 않지만 어린이용 문고판만으로도 줄거리와 풍차 에피소드는 기억되고 있다. 덕분에 스페인 라만차 지역 콘 수에그라(Con Suegra) 마을의 언덕에 있는 풍차〈사진〉는 명소가 되었다.

방문객들은 풍차를 가까이서 보고, 괴물을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를 상상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9/2020021904065.html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0] 캘리포니아 롤의 탄생지
(조선일보 2020.02.27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텍사스 바비큐, 뉴욕 베이글, 나가사키 짬뽕, 나폴리 피자처럼 음식 앞에

지명이 붙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처음 탄생했던 장소거나 그 지역에서 많이

먹고 유행하면서 대표 음식이 된 예들이다.

캘리포니아 롤(California Roll)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북미 대륙에서 날생선이나 김을 먹지 않던 시절 밴쿠버로 이민을 간

오사카 출신의 셰프 히데카즈 도조(Hidekazu Tojo)는 자신의 식당에서

김밥을 팔았다. 그런데 식당 운영 중 그는 현지인들이 김의 냄새를

참지 못하고 밥에서 김을 벗겨 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손님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 명료했다.

고민 끝에 김을 안으로 넣고 밥을 겉으로 싸서 김 냄새를 없앴다. 거기에다 게를 좋아하는 캐나다인의 취향에 맞추어

게살에 오이, 아보카도를 소로 넣은 누드 김밥을 고안했다.

1974년 탄생한 이 메뉴는 당시 밴쿠버를 자주 오가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즈니스맨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알려지기 시작, '캘리포니아 롤'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6/20200226039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