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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 셰이커 교도

바람아님 2020. 3. 12. 12:29

(조선일보 2020.03.12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기사 관련 이미지미국에서 오트밀로 잘 알려진 '퀘이커(Quaker)'는 종교 단체다.

1780년대 그중 일부 교인이 온순 평화주의를 추구하면서 독립했다.

이들은 예배할 때 몸을 흔든다고 해서 '셰이커(Shaker)'라 불렸다.

셰이커들이 가장 중시했던 철학은 근면과 절약이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 크기 건물에 살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일했다.

노동 이외 시간에는 뜨개질과 같은 가사에 매달려 옷·모자·손수건 등을

직접 만들었다. 푹신한 침대는 없고 짚으로 만든 침대에서 자고,

여분 이불도 없어 빨래하고 나면 그냥 말려서 덮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콩죽을 먹고, 월요일 아침에는 연한 차, 일주일에 한 번은

소량의 치즈를 먹고, 우유는 가끔 구경했다. 이처럼 노동·신앙·삶이 일체가 된 삶을 200여년간 지속해 왔다.

이런 특수 종교 집단의 생활 방식은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위트니스'에서도 잘 표현되어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배타적인 '아미시(Amish)' 교도들과 달리 셰이커들은 이웃으로부터 고립되거나 격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구·씨앗·생활용품 등의 판매를 통해 이웃 주민들과 교류를 계속해 왔다.


셰이커교는 점차 쇠퇴하여 거의 사라졌지만, 그 마을들은 아직까지 보존되어 소개되고 있다.

넓은 부지에 집회와 예배실로 사용하던 미팅하우스, 가사 도구를 만들던 건물과 마구간 등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다.

건물 외관은 장식이 철저하게 배제된 절제미를 갖추고 있다.

실내는 햇빛의 유입과 밝은 색채로 환하고 친근하다. 셰이커의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구다.

주로 마을 주변의 지지력 있는 단풍나무  로 만들어졌는데, 흠집 하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사진〉.

셰이커 장인들이 가구를 만들 때 마음가짐이 '천사가 내려와 앉을 수 있도록…'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겠는가? 검소함과 실용성이 바탕이 된 그들의 미학은 세속의 허영을 비웃는 듯하다.

땅과 건물, 생활 도구들이 삶과 노동에 밀착되어 이뤄낸 조화에 진정한 종교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1/20200311036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