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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89] 황운하의 '밥값'

바람아님 2020. 2. 11. 11:00

(조선일보 2020.02.11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박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사코 감추려 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관련 청와대 13인의 공소장이

언론의 노력으로 공개되었다.

공소장을 보면 2017년 말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이 수하의 정보 경찰들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비리 캐내기가 부진하다고 '밥값을 못 한다'고 질책하고 첩보를 제대로 수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요즘의 경찰 봉급에 '값하는' 네거티브 첩보의 양과 질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 봉급은 국가가, 황운하가 수하 경찰들에게 범죄 지령을 내릴 수 있도록 지급하는 것이었을까?

이 정부 인사들의 언어는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국민 기만이고 모독일까.

한 공직자를 몰락시키고 민주 질서를 교란하기 위해 비리를 캐내는, 또는 만들어내는 것이 경찰의 '밥값'하기라니.

'밥값'이라는 고귀한 우리말에 대한 용서 못 할 모욕이다.

나아가 필사적으로 '밥값'을 해서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대다수 국민과 간절히 '밥값'을 하고 싶었지만

할 여건이 안 되어서 절통했던 국민에 대한 조롱이다.


이 파렴치한 선거 조작의 주인공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은 조사받으러 검찰에 출두하면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예수님 말씀을 생각하면서 출두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천벌을 받을 불경한 말인데, 이 사건의 진실은 송철호를 매우 부자유하게 할 것이다.


이 희대의 헌법·민주주의 파괴, 국민 우롱 사건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총괄했던 임종석은 얼마 전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 수사가 '기획 수사'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자기 혐의를 입증 못 하면 검찰이 책임질 거냐고 을렀다.

입증되면 자기는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말은 없었다. 아이들 내기라도 한쪽 편 책임만 규정하지는 않는다.


이 정부를 지키는 결사대로 투입돼 검찰을 도륙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자기가 야당 시절에 공격·비난했던

여당의 행위를 고스란히, 한층 더 뻔뻔하게 하고 있다.

이 정부는 파렴치범들을 어디서 이렇게 많이 끌어들였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퇴임 후에 '잊히고 싶다'고 말했는데 헛된 소망이다.

그의 전횡과 실정이 끝없이 풀려 나올 테니.


고(故) 박완서 선생의 단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의 주인공은 남편과 친구 등 모든 주위 사람의 뻔뻔함에

몸서리를 치는데, 학원가를 지나다가 온갖 종류의 교습소 간판을 보면서 저 많은 학원 중에 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앞으로 모든 공직자 후보는 부끄러움 과목 이수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