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3.25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듯 물을 모르면 '물맹(盲)'이다.
자신이 하루에 몇 L의 물을 쓰고, 어디에 가장 많이 쓰는지 모르면 물맹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282L다. 독일(120L)의 2배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인데도, 물 절약을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한다.
절수(節水)는 세계적인 핫이슈다.
최근 심각한 가뭄을 겪은 호주는 한 사람이 하루 300L 정도 사용하다가 150L로 대폭 줄였다.
가뭄이 잦은 미 캘리포니아주는 2018년 아예 물 절약 법률을 만들었다. 도시마다 물 절약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도록 했다. 각 가정에는 절수형 수도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효율적인 물 절약을 위해서는 물 사용량이 많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가정에 설치된 변기는 대부분 한 번 누를 때 12L 이상 물을 사용한다.
이 변기를 4L짜리 초절수형으로 바꾸면 한 번에 8L가 준다. 한 사람이 하루 8번 누르면 하루 64L를 절약할 수 있다.
미관이나 냄새 등의 불편도 없다.
초절수형 변기로 바꾸는 것은 댐 건설이나 누수 방지 사업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빠르다.
변기 교체 비용은 1~2년 동안 절약한 상하수도 요금으로 상환할 수 있다.
물을 절약하면 상수 공급 및 하수 처리 비용뿐 아니라 물 처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물맹 탈출은 자신이 물을 하루 몇 L 사용하는지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된다.
정부는 국민 1인당 절수 목표치를 정하고, 시민들은 그 수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절수 운동을 벌이자.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물 절약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5/20200325000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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