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음악칼럼

부와 명예 싫다, 방랑하며 작곡 몰두 ‘가곡의 왕’ 슈베르트

바람아님 2023. 9. 2. 01:43

중앙SUNDAY 2023. 9. 2. 00:30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장례식장에서 그 어떤 조문객의 인사보다 큰 위로가 된 것은 휴게 공간 벽면에 걸려있던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이었다.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교하곤 하지만 평소에는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물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물질과 권력을 끝없이 욕망하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내세를 믿는 종교인들도 있고, 깊은 곳에 은둔한 현자들도 있으니까. 음악가들 중에는 슈베르트가 그랬다. 그는 이 세상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평생을 방랑자로 살았다.

슈베르트는 그야말로 타고난 천재였다. 어려서 그에게 음악을 가르쳤던 미하헬 홀처는 자기가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면 아이가 이미 다 알고 있어서 가르칠 게 없었다고 말한다. 슈베르트는 열여섯 살에 첫 번째 교향곡을 만들었고, 1년 후에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수록된 시를 토대로 유명한 ‘실 잣는 그레트헨’을 작곡했다. 시에 곡조를 붙이는 일이야 음악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일이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곡이 도달한 수준은 다른 노래들과는 클래스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슈베르트가 자신을 이 세상의 방랑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방랑 생활을 노래한 그의 작품이 가곡만 열 개가 넘는다. 가곡 ‘방랑자’에서는 탄식하는 자가 계속 묻는다. “어디지? 도대체 어디지?” “이곳의 태양은 차갑구나. 꽃들은 시들고 삶은 오래되었구나......그러나 젊은 슈베르트의 낭만적 방랑은 갑자기 종말을 고한다. 매독에 걸린 것이다. 항생제가 없었던 시절 매독은 불치병에 가까운 무서운 질병이었다......여행을 떠나듯 그렇게 슈베르트는 31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소원에 따라 빈 중앙 묘지의 베토벤 곁에 묻혔다.


https://v.daum.net/v/20230902003012052
부와 명예 싫다, 방랑하며 작곡 몰두 ‘가곡의 왕’ 슈베르트

 

부와 명예 싫다, 방랑하며 작곡 몰두 ‘가곡의 왕’ 슈베르트

━ 민은기의 클래식 비망록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장례식장에서 그 어떤 조문객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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