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23. 11. 11. 10:05 수정 2023. 11. 11. 12:00
[한겨레S] 우진영의 한국 근현대 미술 잇기ㅣ그림 속 여성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정수정 ‘뿔 Horn’
신여성이었던 화가의 아내와 현대를 사는 여성들
“스스로를 검열하지 말아라. 너 자신을 그리하지 않아도 너희는 지나치게 착한 아이다.”(2003년 진덕규 이화여대 교수)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여성이 이 사회를 살아가기 쉽지 않음에 대한 조언이다. 그 말이 이해되기까지 졸업 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슬프게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바다. 20세기 초의 조선과 2023년 여성의 표상은 어떠할까. 근대의 구상화가 이인성과 동시대 작가 정수정의 작품 속 여성에게 말을 걸어본다.
‘또각또각’ 소리가 들릴 듯하다. 최신 유행의 원피스를 사러 가고 싶다. 1934년에 그려진 인물화에 대한 감상이다. 세련된 노란 원피스에 눈길이 머문다. 디테일을 살린 소매에 단추 장식은 귀여움을 뽐낸다. 비스듬히 쓴 흰색 모자와 벗겨질 듯 신고 있는 슬리퍼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은 이처럼 ‘힙하다’. 누굴까. 일제강점기에 이토록 생기 넘치는 그림을 그린 이가. 싱그러움을 품은 여주인공이. 바로 조선이 낳은 화단의 귀재로 불리는 이인성(1912~1950)이다. 모델은 그의 아내 김옥순이다.
1934년 이인성은 일본의 제전과 조선의 선전을 휩쓸었다. 가난한 고학생은 신여성과의 사랑을 쟁취했다. 찬란했고 영화로웠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다. 동화 같은 사랑은 자주 비극을 예고한다. 아들과 딸을 잃었고 1942년 김옥순과 사별했다......이인성에게 영예를 가져다준 선전의 수상작보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이 그가 가장 기쁘게 그린 그림이 아닐까. 이인성은 한국전쟁 중 총기오발 사고로 세상을 뜬다. 1950년 그의 나이 38살이었다.
https://v.daum.net/v/20231111100503124
“지나치게 착할 필요 없어…” 그 여성들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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