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23. 10. 28. 09:00
비 내리는 가을은 다소 쓸쓸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비에 젖어 떨어지는 낙엽 탓이기도 하고, 비 내린 뒤 다가올 쌀쌀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봄비가 '도약'이라면, 가을비는 '우수'다. 러시아 화가 알렉산드르 브누아(1870~1960)가 그린 '바젤 강변의 비'(1896)는 스산한 가을에 대한 징표 같다.
강변 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렸다. 그 아래 지나는 한 여인, 제대로 차려입은 옷차림이지만, 비바람에 곧은 자세를 잡기 쉽지 않다.남자는 더 조심스럽다. 잔뜩 웅크려 걷는 모습이 이미 많은 비를 맞은 듯하다. 우산은 곧 뒤집어질 것처럼 보인다.검정 개 한 마리만이 거센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걷고 있다.
'일상'이란 흔하다는 뜻이다. 흔한 일에서 깊은 감상을 얻곤 한다. 화가들이 붓을 들거나, 음악가들이 곡을 짓거나, 시인들이 시를 읊는 일 대다수도 특수한 경험보다는 잔잔한 일상을 맞닥뜨릴 때다.
비 내리는 자연과 도시를 보는 일도 그중 하나다. 비뿐만 아니다. 단풍과 낙엽, 햇살의 계절이다. 고독에 스며들든, 평온함을 느끼건, 때로 풍성함이나 우울함에 빠지든,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거나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은 나 자신을 응시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https://v.daum.net/v/20231028090030026
[미술로 보는 세상] 비 내리는 일상, 나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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