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12.05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1900년에 처음 선보인 후 영화와 뮤지컬로 각색되어 널리
알려졌다. 특히 1939년에 빅터 플레밍 감독이 만든 영화는 '무지개 너머(Over the rainbow)'와 같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멋진 노래와 재미있는 춤이 어우러진 흥겨운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원작 소설이 원래는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제기된 적이 있다.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은화자유주조운동(free silver movement)을 정강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은 은화자유주조운동(free silver movement)을 정강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세 번이나 출마한 인물이었다. 1890년대 미국은 심각한 불황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서민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1879년 미국이 금본위제를 채택한 이후 달러화가 금 가치에 묶여 있어, 채권자들에게는 투자가치가 보장된 반면 채무자들은 재산이 압류되는 등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때 브라이언 같은 포퓰리스트가 들고 나온 주장은 금 외에 은으로도 주조를 하는 금은
복본위제도(bimetallic standard)를 도입하여 결과적으로 화폐 가치를 낮추어 서민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오즈의 마법사'는 이 상황에 대한 정치적 알레고리로 해석된 것이다.
캔자스 주의 농장에 사는 소녀 도로시는 돌풍(은화자유주조운동)에 휩쓸려 마법의 나라로 날아간다.
캔자스 주의 농장에 사는 소녀 도로시는 돌풍(은화자유주조운동)에 휩쓸려 마법의 나라로 날아간다.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동쪽과 서쪽의 나쁜 마녀들(미국 동부와 서부의 금융·철도·석유 재벌들)의 훼방에도 주인공은 에메랄드
시에 사는 마법사(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집에 돌아가려 한다. 가는 길에 뇌 없는 허수아비(힘없는 농민), 심장 없는 양철
나무꾼(비인간화된 산업 노동자)과 함께 겁 많은 사자(정치인, 아마도 브라이언)를 만나 동행한다.
그들은 노란색 블록 보도(금본위제)만 쫓아가면 되는데 이때 도로시가 신은 마법의 은 신발(은본위제)이 도움을 준다
(다만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이것이 루비 슬리퍼로 바뀌었다). 오즈(Oz)는 온스(ounce·중량과 화폐의 단위)의 약어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기계적 해석보다는, 자신이 허약하다고 생각하던 주인공들이 알고 보니 꾀 많고 가슴이 따뜻하고 용감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는 데에 이 작품의 묘미가 있다. 도로시는 사기꾼 같은 마법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진실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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