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4.02 2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나는 파나마 운하 한복판에 있는 바로 콜로라도 섬(Barro Colorado Island·BCI)의 미국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1914년 운하가 만들어지면서 원래 산봉우리였다가 섬이 된 이곳을
1923년 미국 정부가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후 지금까지 온갖 다양한 열대생물학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내년이면 어언 90년간의 연구 결과가 축적된다. 나 역시 1980년대 중반 이곳에서 박사 학위 현장
연구를 수행한 터라 다시 찾은 감회가 남다르다.
스미스소니언은 1982년 이 섬에 50헥타르에 이르는 숲을 장기 생태 연구 지역으로 설정하고 지난 30년간
스미스소니언은 1982년 이 섬에 50헥타르에 이르는 숲을 장기 생태 연구 지역으로 설정하고 지난 30년간
5년마다 가슴 높이에서 지름이 1㎝ 이상인 모든 나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무려 303종이나 되는 나무 24만 그루에 대한 온갖 다양한 생물학적 속성을 측정하고 있는 것이다.
1987년에는 말레이시아에도 면적이 같은 숲을 장기 모니터링 지역으로 설정하여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이제 세계 21개국의 46개 연구 지역으로 확대되어 나무 8500종 450만 그루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며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환경부의 주도로 국가 장기 생태 연구 사업을 하고 있다. 점봉산·지리산·한라산·월악산·서울 남산과
더불어 강원도 산불 지역에서 지난 9년간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우리는 이 외에도 한강·낙동강·우포·새만금·대청호 등
담수 지역과 함평만, 동해안 고래불 사구 등 연안 지역에서도 장기 생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장기적인 동물 생태 연구로는
까치·노린재·고라니·박쥐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 섬에서 연구하던 4년 동안 나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우리나라 배를 딱 두 번 보았다. 그런데 이번 방문
1980년대 중반 이 섬에서 연구하던 4년 동안 나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우리나라 배를 딱 두 번 보았다. 그런데 이번 방문
나흘 동안에 나는 벌써 한국 배를 두 척이나 보았다.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증거이리라. 이제 내년이면 우리의
장기 생태 연구도 첫 10년을 마무리하고 다음 10년을 기획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변동이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오른 이때 우리의 장기 생태 연구도 그에 걸맞은 성숙 단계를 맞이해야 한다. 유년기를 벗어나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우리 장기 생태 연구가 사춘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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