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03.19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드디어 SNS 흐름에 동참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 히틀러 청소년단 유겐트 단원이었고 그리 부드럽지 않은 인상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별로 높지 않은데 애써 선택한 트위터 계정 이름이 하필이면 '포프투유바티칸(Pope2YouVatican)'일까? 그냥 '포프(Pope)' 또는 '나는 포프다(ImThePope)' 정도로 했더라면 훨씬 기억하기 쉬웠을 텐데.
최근 실험사회심리학지(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호주 멜버른대 심리학과와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친구도 많고 직장에서도 더 성공적이란다. 500명의 미국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쉬운 이름을 가진 변호사들이 어려운 이름의 소유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지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먼저 진행된 선행연구에서는 갓 상장된 주식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발음하기 쉬운 것들이 훨씬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름의 길이나 생경함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얼마나 발음하기 편한가가 중요하단다. 그러고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은 흑백의 장벽뿐 아니라 이름의 불리함까지 극복한 참으로 대단한 사건이었다. '오바마(Obama)'는 비록 짧지만 발음하기 결코 쉬운 성이 아니다. 게다가 이름이 '버락(Barack)'이라니.
연구진은 일종의 모의선거 실험도 실시했는데 역시 쉬운 이름의 후보가 훨씬 더 많은 표를 얻는 걸로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공천 심사의 기준을 두고 여야 모두 시끄러운 판에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아 면구스럽지만, 심사 대상자의 이름이 얼마나 발음하기 쉬운지 한번 소리 내어 불러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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