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11.14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1914년 8월 3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3일째 되던 날에 바이에른 소재 대학 총장들이 공동으로 호소문을 내붙였다. "학생 여러분, 뮤즈들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전쟁은 동방의 야만인들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독일의 문화와 서방의 적들이 시기하는 독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들에게 강요된 것입니다. 순수 독일인의 열정이 다시 한 번 폭발했습니다. 해방전쟁에 대한 열망이 타오르고 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방의 야만인들이란 러시아와 카자흐인들을 말한다. 독일 대학 총장들은 과거 동방의 초원지대에서 독일 방면으로 공격해 들어온 슬라브족의 위협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게르만족이 서유럽을 공격한 것은 '순수 독일인의 열정'으로 미화했다. 그들이 하는 전쟁은 해방전쟁이며, 심지어 성전(聖戰)으로 격상되었다. 무슬림들이 자신이 저지르는 전쟁을 성전으로 미화한다고 비난하던 그들이 아니던가.
많은 독일 대학생들이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자원입대하여 그들만으로 22군단과 23군단이 꾸려졌다. 1914년 10월, 두 달 동안 군사훈련을 받은 이들은 벨기에의 이프르 근처에서 전투에 투입되었다. 무모하게 정면 공격을 감행한 독일군은 영국 및 프랑스군에 대패했고, 그 결과 순진무구한 젊은이들의 대학살이 벌어졌다. 단 3주 동안 3만6000명의 젊은이가 죽었다. 이는 7년 동안 베트남전쟁에서 낸 미군의 사상자와 맞먹는 숫자다. 독일에서는 이를 '이프르의 아이 살해(Kindermord bei Ypern)'라고 부른다.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제1차 이프르 전쟁 사망자 모두가 학생은 아니지만, 수많은 학생이 희생당한 것은 사실이다. 랑게마르크 공동묘지에는 3000명의 학생이 따로 묻힌 집단매장 묘가 있다. 참고로 이때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은 인물 중 한 명이 히틀러였다. 그가 속해 있던 제16 바이에른 예비연대는 애초에 3600명의 병사가 있었는데, 이 중 611명만 살아남아 이프르 전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년이 지나자 이 연대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훨씬 심각한 의미를 지닌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었다. 과자만 먹을 게 아니라 100년 전 젊은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동방의 야만인들이란 러시아와 카자흐인들을 말한다. 독일 대학 총장들은 과거 동방의 초원지대에서 독일 방면으로 공격해 들어온 슬라브족의 위협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게르만족이 서유럽을 공격한 것은 '순수 독일인의 열정'으로 미화했다. 그들이 하는 전쟁은 해방전쟁이며, 심지어 성전(聖戰)으로 격상되었다. 무슬림들이 자신이 저지르는 전쟁을 성전으로 미화한다고 비난하던 그들이 아니던가.
많은 독일 대학생들이 그런 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자원입대하여 그들만으로 22군단과 23군단이 꾸려졌다. 1914년 10월, 두 달 동안 군사훈련을 받은 이들은 벨기에의 이프르 근처에서 전투에 투입되었다. 무모하게 정면 공격을 감행한 독일군은 영국 및 프랑스군에 대패했고, 그 결과 순진무구한 젊은이들의 대학살이 벌어졌다. 단 3주 동안 3만6000명의 젊은이가 죽었다. 이는 7년 동안 베트남전쟁에서 낸 미군의 사상자와 맞먹는 숫자다. 독일에서는 이를 '이프르의 아이 살해(Kindermord bei Ypern)'라고 부른다.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제1차 이프르 전쟁 사망자 모두가 학생은 아니지만, 수많은 학생이 희생당한 것은 사실이다. 랑게마르크 공동묘지에는 3000명의 학생이 따로 묻힌 집단매장 묘가 있다. 참고로 이때 전사하지 않고 살아남은 인물 중 한 명이 히틀러였다. 그가 속해 있던 제16 바이에른 예비연대는 애초에 3600명의 병사가 있었는데, 이 중 611명만 살아남아 이프르 전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1년이 지나자 이 연대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 11일은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훨씬 심각한 의미를 지닌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었다. 과자만 먹을 게 아니라 100년 전 젊은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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