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영원을 꿈꾸고 사라짐을 맞이하는

바람아님 2023. 12. 9. 08:04

한겨레  2023. 12. 9. 07:05

[한겨레S] 우진영의 한국 근현대 미술 잇기
김환기, 파리 체류 시절 추상화…학·달·매화 등 동양적인 것 담아
손승범, 그림 속 겹쳐진 조각상 “소멸하는 듯 나아가는 삶 그려”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바흐의 평균율’이다. 동일하고 균등한 비율의 음들이 계속된다. 김환기의 ‘영원한 노래’는 규칙적이고 수학적으로 이어지는 음률을 닮았다. 대학원 수업 때 이 그림을 처음 보았다. 매화·항아리·산 등의 형상은 얼핏 봐도 한국적이지만 김환기의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작품이다. 전혀 이국적이지 않아 신기했다. 떠나기 전과 달라지지 않은 그림 스타일에 ‘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 들어 김환기는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132억원, 1위, 경매 최고가 경신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주로 미국 뉴욕 유학 시기인 후기 작품들이다. ‘영원한 노래’에 대한 궁금증은 차츰 잊혔다.

“새와 달을 십수년 그려왔으나 아직도 이런 것을 더 그리고 싶다.” 1956~1959년 프랑스 체류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고국을 향한 그리움과 옛것에 대한 애정.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부심. 파리 시기에 대한 해석은 대체로 비슷하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흠모’를 더하고 싶다. ‘영원한 노래’는 촉감이 느껴질 듯한 두터운 마티에르다. 1970년대 우주를 그리기까지 영원을 향해가는 김환기가 보인다.

‘김향안’이라는 이름을 읊을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시인 이상의 부인 ‘변동림’에서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이 된 사연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가장 멋스러운 서사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어느 위치인지 남편이 알고 싶어 하자 “내가 먼저 가볼게”라며 1955년 파리로 떠났다...... 김환기는 1974년 뉴욕에서 뇌출혈로 숨을 거둔다. 그 뒤 그녀는 그의 그림이 머무는 곳을 만들었다. ‘꿈은 무한하다’고 말한 김환기에게 그렇게 영원을 선물했다. 


https://v.daum.net/v/20231209070501929
영원을 꿈꾸고 사라짐을 맞이하는

 

영원을 꿈꾸고 사라짐을 맞이하는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바흐의 평균율’이다. 동일하고 균등한 비율의 음들이 계속된다. 김환기의 ‘영원한 노래’는 규칙적이고 수학적으로 이어지는 음률을 닮았다. 대학원 수업 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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