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3. 12. 22. 04:40
<17> 겨울 없는 나라의 크리스마스
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금요일마다 함께하세요! |
2001년 12월 국내 한 통신사는 성탄절을 맞이하는 베트남 현지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같은 해 미국과의 양자무역협정(BTA) 체결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준비, 개혁개방 움직임을 성탄 분위기 확산 이유로 꼽기도 했다. 당시 베트남에선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행위가 ‘기삿거리’가 될 만큼, 이례적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2년이 흐른 지금, 성탄절은 더 이상 서양에서 온 낯선 문화가 아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1980년대 영국 팝 듀오 ‘왬(Wham!)’의 히트곡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 유명 캐럴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종교 색채가 강한 크리스마스를 법정 휴일로 인정하지 않는다. 천주교·개신교 신자 비율이 10% 미만이라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어렵다. 그러나 성탄절 도심 풍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만난 20대 응우옌투이티엔은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 분위기를 느끼려 매년 성당을 방문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24일 이곳을 방문했다가 인파에 휩쓸려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올해는 조금 일찍 찾았다”고 말했다.
성탄절은 법정 휴일이 아닌데도 전날 밤늦게까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에 외국인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인류학자 라일런 히긴스 캐나다 세인트메리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에 “베트남의 크리스마스는 보통 가족과 함께 보내는 북미의 크리스마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종교가 다른 국가라고 크리스마스를 배척하는 건 아니다.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불교 신자인 태국, 다민족 국가지만 전체 종교 중 불교 비율이 31%로 가장 높은 싱가포르의 성탄절 열기도 베트남 못지않다......이슬람권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85% 이상이 이슬람교를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 역시 12월 이전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https://v.daum.net/v/20231222044003526
종교 달라도, 공휴일 아니어도… '크리스마스에 진심' 동남아 [아세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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