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1. 15. 04:31
멀리서 바라만 봤던 남산이 오랜만에 내린 폭설로 하얗게 물들었다. 서울시내 쪽은 눈이 대부분 녹았지만 남산 숲은 새하얀 눈이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산타워에 올라가니 평일인데도 관광객과 산책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한겨울 정취를 즐기며 주변을 둘러보다 타워 난간에서 눈에 덮인 ‘사랑의 열쇠’를 발견했다. 각양각색의 열쇠와 겉 표면에 적힌 사랑의 약속들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찾는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의 열쇠를 걸어두었다. ‘사랑의 열쇠’의 유래는 백여 년 전 세르비아 브르냐츠야 바냐의 다리인 루바비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남산타워의 사랑의 열쇠들은 찬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햇살만큼 반짝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을 덮고 있던 차가운 눈들이 곳곳에서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연인들이 사랑의 열쇠를 걸어두었을 때처럼 그 사랑의 온기가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https://v.daum.net/v/20240115043158231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눈 속에서도 식지 않는 ‘사랑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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