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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58] 새들도 이혼한다

바람아님 2014. 4. 28. 06:22

(출처-조선일보 2012.04.23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32만9100쌍이 결혼하고 11만4300쌍이 이혼했다. 
한 해 동안 일어난 이혼 건수를 인구 1000명으로 나눈 '조(粗)이혼율'로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란다. 
그나마 2010년 6.5에 비하면 많이 내린 셈이다. 
다행히 2008년부터 시행된 이혼숙려제도 때문에 이른바 '홧김 이혼'이 줄어든 덕택인지 30~40대의 이혼은 감소했으나 50대 이후의 이혼은 계속 늘고 있단다.

새들도 이혼한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의 관찰에 의하면 당시 그 지역의 갈매기 네 쌍 중 한 쌍이 일년을 넘기기 무섭게 갈라섰다. 갈매기들의 이혼은 간단하다. 
우리처럼 재판도 하고 온갖 서류에 도장도 찍고 할 필요 없이 다음 번식기에 서로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갈매기 부부가 임무 교대를 하는 장면은 덕수궁 수문장 교대를 뺨친다. 
갈매기 부부는 집안일과 바깥일을 거의 정확하게 반반씩 나눠 하지만 은근히 더 안전한 집안일을 선호한다. 
지난해 교대식이 유난히 길고 시끄러웠던 부부가 이혼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육아는 서로에게 떠맡기고 그저 밖으로만 나가려는 요즘 맞벌이 부부와는 사뭇 다르다.

인간의 경우 남편과 이혼하거나 사별한 여성의 평균수명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별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남성의 평균수명은 대체로 줄어든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남성의 수명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줄어들지만 혼자 된 여성의 수명은 오히려 
느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의 존재가 수명 단축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유럽 바닷가에 사는 도요새들도 이혼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동물행동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전체 126쌍 중 28쌍(23%)이 갈라섰단다. 
갈매기와 달리 도요새의 경우에는 그들의 결혼생활 면면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특별한 이혼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흥미롭게도 이혼이 수컷들에게는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재혼한 암컷들의 번식성공률은 거의 두 배가량 증가하더라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날로 늘고 있는 고령화시대에 우리 사회의 결혼·이혼·재혼의 행태가 어떻게 변해갈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