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2.12.20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프랑스의 인류학자 장-클로드 갈레가 동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관찰한 상황은 빚이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악랄하게 옭아매는지 보여준다. 땅도 없고 돈도 없는 이 지역 하층민은 상층 지주들에게 돈을 빌려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융자 금액은 소액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이자였다. 돈을 빌린 사람은 흔히 이자를 지불하는 대신 일을 해주곤 했다. 이들은 채권자의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지붕 이는 일을 하는데, 그동안은 그나마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이점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결혼과 장례처럼 돈이 많이 드는 대사를 치를 때이다. 상당히 큰 금액을 빌려 혼례를 치르려면 채권자들은 대개 차입자의 딸 중 하나를 '담보'로 요구했다.
심지어 신부 자신이 담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부는 첫날밤 이후 채권자의 집에 가서 첩으로 몇 개월을 살고, 그 후 인근 벌목장이나 심지어 매음굴에서 1~2년 정도 일하며 아버지의 빚을 다 청산한 다음에야 자기 남편에게 돌아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외부인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느끼지만 정작 그 지역 사람들은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전혀 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일이 모두 그렇게 돌아가는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도덕 문제를 관장하는 브라만(승려계급) 역시 그런 현실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사실 브라만 계급이 중요한 채권자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지 모른다.
갈레가 묘사한 동부 히말라야 지역은 극단적 예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큰 시각에서 보면 런던 대학의 인류학자 그레이버가 주장하듯 인간의 역사 전체가 어떤 의미에서 부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회든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 돈이나 명예, 혹은 그 외의 무엇이든 서로 빚지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결국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종속당하게 된다. 고대사 연구자 핀리(M. Finley)는 고대 세계에서 모든 혁명 운동들은 '빚을 탕감하고 토지를 재분배하라'는 요구에 맞추어져 있다고 말했다.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시민 중 다수가 채무노예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결혼과 장례처럼 돈이 많이 드는 대사를 치를 때이다. 상당히 큰 금액을 빌려 혼례를 치르려면 채권자들은 대개 차입자의 딸 중 하나를 '담보'로 요구했다.
심지어 신부 자신이 담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부는 첫날밤 이후 채권자의 집에 가서 첩으로 몇 개월을 살고, 그 후 인근 벌목장이나 심지어 매음굴에서 1~2년 정도 일하며 아버지의 빚을 다 청산한 다음에야 자기 남편에게 돌아가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외부인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느끼지만 정작 그 지역 사람들은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전혀 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일이 모두 그렇게 돌아가는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도덕 문제를 관장하는 브라만(승려계급) 역시 그런 현실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사실 브라만 계급이 중요한 채권자이기 때문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지 모른다.
갈레가 묘사한 동부 히말라야 지역은 극단적 예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큰 시각에서 보면 런던 대학의 인류학자 그레이버가 주장하듯 인간의 역사 전체가 어떤 의미에서 부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회든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 돈이나 명예, 혹은 그 외의 무엇이든 서로 빚지게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결국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종속당하게 된다. 고대사 연구자 핀리(M. Finley)는 고대 세계에서 모든 혁명 운동들은 '빚을 탕감하고 토지를 재분배하라'는 요구에 맞추어져 있다고 말했다.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시민 중 다수가 채무노예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자가 인간을 '노예 상태'로 떨어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 문제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보시라고 새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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