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24. 2. 11. 00:01 수정 2024. 2. 11. 01:31
②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누워있는 나부’
1920년 1월, 누추하기 짝이 없는 프랑스 파리의 한 자선병원.
살아 생전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가난한 화가가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살을 에는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낡디낡은 작업실에서 이웃의 발견으로 병원에 옮겨진 지 불과 이틀 만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든 채 피를 토하며,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그의 연인은 만삭의 몸으로 창밖으로 투신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95년 뒤, 믿을 수 없는 반전이 벌어집니다.
가난한 화가가 죽기 2년 전에 그린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누드화로 등극하게 된 겁니다. 특히 그가 삼십 대 초반(1916~1919년간)에 그린 35점의 누드화 연작은 미술품 경매장에만 나왔다 하면, 최고 경매가를 경신할 만큼 눈독을 들이는 컬렉터가 많습니다. (미술관 소장 작품을 빼면 개인 소장 누드화가 몇 점 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문제라면 문제죠.) 도대체 어떤 누드화이길래, 그의 그림이 오늘날 이토록 역대급 조명을 받게 된 걸까요.
사후 100여년이 흐른 뒤에서야 명성을 얻기 시작한 비운의 화가. 어쩌면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간 현대미술의 혁명가. 그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1884~1920)입니다......2015년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장. 모딜리아니가 그린 ‘누워있는 나부’(Nu couche)가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입니다. 경매 시작가는 분명 1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입찰 가격이 시작가에서 900억원 가량 껑충 뛰는데 걸린 시간은 단 9분. 단순 계산하면, 0.1초당 1700만원씩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겁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누드화 가운데 가장 값비싼 이 작품은 수수료를 포함해 1억7040만달러에 낙찰됩니다.
모딜리아니의 누드화가 다른 작가의 그림과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보는 그대로입니다. 모델이 가진 내면의 은폐된 감정이나 정신을 폭로하듯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미의 개념을 완전히 파괴한 것이었죠.
https://v.daum.net/v/20240211000116748
1분에 100억씩 값오른 ‘최고가 누드화’…위작 많아서라고? [0.1초 그 사이]
https://v.daum.net/v/20240205113708482
7만원→5000억원 최고가…‘다빈치 그림’ 기구한 사연 [0.1초 그 사이]
①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1958년 7만원에 팔린 흔한 그림
덧칠 벗고 복원하자 드러난 명작
2017년 4억5000만弗 최종 낙찰
세상에서 가장 비싼 구세주의 그림이
사우디 무슬림 실권자 소유 ‘아이러니’
2011년 영국 내셔널갤러리에도 걸렸지만
일각선 다빈치 제자 그림 주장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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